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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하면 초봉 4000만원인데…학생 못채우는 자동차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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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실제 수입차를 놓고 정비 실습 중인 아주자동차대학 학생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수진은 물론 각 브랜드가 보낸 전문 트레이너에게서 수업을 받고, 과정을 마치면 해당 브랜드의 정규 직원으로 사실상 100% 취업이 보장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수강생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아주자동차대학교]

실제 수입차를 놓고 정비 실습 중인 아주자동차대학 학생들. 이 학교 학생들은 교수진은 물론 각 브랜드가 보낸 전문 트레이너에게서 수업을 받고, 과정을 마치면 해당 브랜드의 정규 직원으로 사실상 100% 취업이 보장된다. 하지만 학교 측은 수강생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아주자동차대학교]

지난달 27일 오후 충청남도 보령의 아주자동차대학. 캠퍼스에 들어서자 BMW와 재규어-랜드로버,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볼보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 스테이션이 눈에 들어왔다. 각 브랜드가 운영하는 서비스 스테이션과 동일한 기자재와 인테리어를 갖춘 ‘트레이닝 아카데미’다.

이곳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각 브랜드가 댔다. 그런 만큼 자사에 필요한 인재를 직접 육성한다. 각 수입차 브랜드들은 전문 트레이너를 보내 맞춤형 교육을 한다. 이 대학 2학년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브랜드를 골라 1년여간 수업을 받는다. 프로그램을 마치면 해당 브랜드의 정규 직원으로 취업한다. 사실상 100% 취업이 보장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은 ‘수강생 구하기’에 애를 태우는 형편이다. 이수훈 총장은 “신참 엔지니어의 연봉이 4000만원에 이르는데도 현장직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탓에 원하는 만큼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할 때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다.

자동차와 바이오, 조선 같은 주요 성장 산업에 ‘일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젊은 현장 인력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 탓에 각 업계에선 ‘인력 동맥경화에 걸렸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대졸 사무직만 원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강하게 뿌리내린 탓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아온 바이오산업 역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산업의 기술 인력 부족률은 6.3%(지난해 말 기준)다. 협회 소속 1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기술 인력의 부족이 발생하는 주요 이유로는 ▶직무 수행을 위한 자질·근로조건에 맞는 인력이 부족해서(18.1%) ▶해당 직무의 전공자나 경력직이 공급되지 않아서(17.1%) 등을 꼽았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백지상태의 대졸 신입만 몰려온다”며 한숨지었다.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이나 실력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는 얘기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배터리 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연구개발 인력은 이미 만성적인 부족 상태다. 배터리 업계의 경우 약 4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의 분석이다.

최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한 조선업의 사정은 조금 낫다. 정부 주도로 외국 인력 수혈이 늘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업계 1위인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7월 말 현재 외국인 근로자 11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외국인 700명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손은 달린다.

쓸 만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업체 간 인재 빼앗기 경쟁도 한창이다. 연봉을 올려주는 등 웃돈을 주는 건 기본이다. 익명을 원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채용을 위해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를 비롯해 인스타그램과 카카오, 주식 앱 등 직장인이 많이 쓰는 플랫폼에 구인 광고를 수시로 띄우고 있다”며 “대규모 채용이 필요할 때는 서울역과 버스터미널 등 주요 거점에 기업 이미지를 앞세운 광고를 게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기업마다 자체적으로 쓸 만한 인력을 길러내는 노력도 하고 있다. 배터리나 반도체 업계가 대학과 협업을 통해 개설하는 산업별 ‘계약학과’가 대표적이다. HD현대는 자체 아카데미를 통해 한 해 1000명씩 숙련공을 길러낸다는 목표다.

하지만 인력을 키우는 데에는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든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정부가 중장기적인 인재 개발 투자에 따르는 부담을 어느 정도 감당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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