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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15년 만에 맞잡은 손, 청년 선원들에게 희망을 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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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솔직히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20, 30여 년간 근무해 온 선장님들도 ‘우리가 처음 배를 탈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가 계속 선원으로 남아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지난 3월 청년 선원 정책위원회에 참석한 30대 현직 항해사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실제 선원의 꿈을 품고 해양 계열 고교나 대학을 졸업한 청년 중 80% 가까이가 5년 이내에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10년 뒤에는 외항 상선 중 절반 이상이 선원이 없어서 운항이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있다.

장관으로 취임하자마자 한시가 급한 마음으로 선원 문제를 대표 민생 과제로 강조하고 해법 찾기에 나섰다. 장관부터 실무진까지 노·사, 전문가, 청년 선원들과 수시로 만나 지혜를 모았다. 그 결과 지난 7월 12일,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선원 관련 종합 정책인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하였다.

핵심은 청년 선원들이 ‘더 오래, 더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만나본 청년 선원들은 한목소리로 가족과 사회와의 단절이 최소화되고, 저화질 동영상 시청도 쉽지 않은 선박 내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랐다.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에는 승선주기 단축, 유급휴가 확대, 선내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 등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우려와는 달리, 노·사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에 임했다. 그 결과 지난 6일, 노·사·정이 손을 맞잡고 ‘한국인 선원 일자리 혁신과 국가 경제 안보 유지를 위한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노·사 양측이 미래 세대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준 덕분이었다. 정부도 선원의 근로소득 비과세 범위를 확대하고, 선원의 법적 권리를 강화하는 등 힘을 보탰다.

이번 공동선언은 지난 2008년 이후 무려 15년 만에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또한, 갈등과 대립이 아닌 상생의 노·사 관계를 보여준 실로 오랜만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15년 만의 귀중한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서, 우리 청년 선원들이 희망과 자긍심을 갖고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나갈 것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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