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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대통령 사랑하면 희생" 윤핵관 공개적으로 겨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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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호 04면

국힘 혁신위 2호 안건 파장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위원, 인 위원장, 이소희 위원, 최재형 의원. [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위원, 인 위원장, 이소희 위원, 최재형 의원. [뉴스1]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일 당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는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이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자 당내는 종일 크게 술렁였다. 인 위원장이 앞서 사견을 전제로 제기했던 ‘영남 스타 서울 출마론’이나 혁신위 2호 안건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던 ‘동일 지역구 3선 연임 제한’보다 훨씬 파괴력이 큰 이슈였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타깃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란 점에서 파장은 더욱 컸다. 그동안 당내에서 “총선이 다가오면 친윤계 핵심 불출마나 험지 출마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긴 했지만 그런 ‘공공연한 여권의 비밀’을 인 위원장이 공식화해버린 셈이었다.

인 위원장은 발표 직후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대통령을 사랑하고 지지하면 희생하자는 말”이라며 “모두가 가야 할 길을 다 알고 있다. 한국말로 공개된 비밀”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통령 측근을 자부하며 “대통령을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해오던 친윤계 핵심들을 공개적으로 겨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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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혁신위의 이번 권고가 용산 대통령실과의 공감 속에 나왔을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전부터 윤 대통령은 측근들 불출마나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고 이런 기류가 어떤 식으로든 혁신위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주째로 접어든 인요한 혁신위와 당 지도부·중진들과의 대립각이 한층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당사자들은 일단 원론적 입장만 밝히거나 말을 아꼈다. 지도부·영남·중진에 모두 해당하는 김기현 대표는 “혁신위가 논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제안해 오면 당에서 정식 논의 기구와 절차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만 했다. ‘윤핵관’들 분위기도 비슷했다. “대통령과 친하다고 내보내면 누가 헌신하겠느냐”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친윤계 핵심 의원 측 관계자는 “당장 뭐라고 반응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고 다른 의원 측에서도 “일단은 무대응 기조”라고 했다. 다만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용 의원은 “당이 요구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총선 전략 측면에서 “혁신위 권고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 지역 당협위원장은 “중진들의 수도권 출마가 ‘희생’이란 점이 강조되면 기존에 있던 사람에겐 양보하라는 압박이 도미노처럼 갈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내분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도 “상대 당만 이롭게 하는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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