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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잠길뻔한 베네치아 구한 '모세'…수백년 반복 대홍수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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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조수차단벽 모세. AFP=연합뉴스

베네치아 조수차단벽 모세. AF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상습 침수지역 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베네치아 당국이 침수 피해를 막고자 인근 바다에 건설한 조수차단벽 ‘모세’가 범람을 막으면서다.

31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5분께 베네치아 주변 조수 수위는 154㎝까지 치솟았다. 북아프리카에서 불어오는 강한 시로코 바람과 만조 시기가 맞물리면서 조수 수위가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예년 같으면 도시의 70% 안팎이 물에 잠길 정도의 수위였지만 베네치아는 전혀 침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날 오전 베네치아 곳곳을 보여주는 라이브 동영상에는 사람들이 산마르코 광장을 평상시처럼 걷는 모습이 담겼다.

베네치아 석호 입구에 설치된 조수차단벽(MOSE·모세)이 가동돼 바닷물의 범람을 막았기 때문이다.

모세는 평소 바다 밑바닥에 잠겨 있다 총 78개의 차단벽이 바다 수위가 상승하면 해수를 차단한다. 최대 3m 높이까지 조수를 차단할 수 있다.

MOSE는 ‘실험적 전자 기계 모듈’(Modulo SperimentaleElettromeccanico)로 번역되는 이탈리아어 약자다. 홍해를 갈라 이집트에서 히브리 민족을 구출한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의 모세(Moses)를 연상시킨다.

베네치아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4월 사이 조수가 상승하는 ‘아쿠아 알타’(Aqua alta) 현상을 겪고 있다.

2019년 11월 12일에는 조수가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187㎝까지 치솟아 도시의 85% 이상이 물바다가 됐다.

학교가 문을 닫고 시민과 관광객이 고립됐고, 주택·상점·문화유적 등이 물에 잠겨 훼손됐다. 총피해액만 약 10억 유로(약 1조4370억원)로 추산됐다.

베네치아에서 수 세기 동안 반복된 대홍수는 17년의 공사 기간에 60억유로(약 8조6221억원)가 투입된 모세가 2020년 상반기 완공된 뒤 옛말이 됐다.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2020년 10월 3일부터 가동된 모세는 베네치아를 보호하며 수백만유로의 피해를 막았고, 시민들이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평가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모세가 떠오르는 이미지와 함께 모세를 가동하는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만 모세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1회당 20만유로(약 2억8740만원)에 달한다. 2020년 10월 3일 첫 가동 이후 지금까지 모세는 총 60회 상승해 현재까지 지출된 비용은 1000만유로(약 143억7000만원)를 넘어섰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베니스 말라모코 항구의 MOSE 방벽이 작동하는 동안 항구에 접근하는 선박을 위해 수문이 개통되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3월 이탈리아 베니스 말라모코 항구의 MOSE 방벽이 작동하는 동안 항구에 접근하는 선박을 위해 수문이 개통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모세가 기후변화에 따른 조수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만큼 장기적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 베네치아 IUAV건축대 교수이자 환경단체 암비엔테 베네치아의 일원인 안드레이나 지텔리는 “매우 강한 바람과 3m 넘는 높은 파도가 치는 극단적인 기후 조건에서 모세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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