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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노리고 매출 부풀리기?…카카오택시 왜 이중계약 고집했나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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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왼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2021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왼쪽)가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택시 4만 여대를 굴리는 국내 1위 가맹택시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카모)에 또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감독원이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있다며 카모의 가맹택시 사업에 감리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숱한 외부 지적에도 문제의 회계 처리 방식을 고집한 카모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카모는 31일 “금융감독원이 재무제표 심사 및 감리를 진행 중”이라며 “가맹택시 가맹 계약과 업무제휴 계약의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 감독 당국과 견해 차이가 있어 이를 성실하게 소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카카오T블루, 뭐가 문제?

카모는 크게 두가지 계약으로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첫번째 계약은 자회사 케이엠솔루션(KMS)이 가맹본부로서 카카오T블루 택시기사(회사)들과 맺는 ‘가맹 계약’이다. KMS는 택시기사나 회사들로부터 운행 매출의 20%를 가맹금(로열티)으로 받는다. KMS는 이를 다시, 플랫폼·상표 사용비 명목으로 카모에 낸다.

두번째 계약은 카모가 직접 가맹기사(회사)와 맺는 ‘업무제휴 계약’이다. KMS를 통해서 전달 받은 택시 운행매출의 20% 중 15~17%를 ‘업무제휴비’ 명목으로 해당 기사(회사)에 다시 준다. 택시들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카카오T블루 광고를 해주는 대가 성격이다.

이러한 ‘가맹+제휴’ 복합 계약 구조는 카모의 매출을 실제보다 커보이는 효과를 낳는다. 가령, 가맹기사가 100만원을 벌면, 카모가 가맹사업으로 버는 실질 매출은 3만~5만원이다. 그런데 회계상으로는 택시기사가 KMS에 로열티 명목으로 낸 20만원이 카모 매출로 잡히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이중계약 구조가 의도적인 ‘매출 부풀리기’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T블루의 이중 계약 구조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다. 카모는 2019년 9월 KMS(당시 타고솔루션즈)를 인수하면서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당시 택시업계에선 카모와 KMS가 택시기사·회사에게 불리한 가맹 계약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 구조에 따르면 택시기사 실 매출은 100만원인데도, 세무 당국엔 115만~117만원으로 신고해야 해서다. 연 매출 8000만 원 이하면 간이과세 대상인데 매출액이 부풀려지면서 일반과세자가 돼 택시기사들의 세금 부담이 커진 사례들이 나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여러차례 거론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3.3% 수수료만 받지 왜 굳이 20% 수수료를 받냐. 상장을 위한 외형 부풀리기라는 의심이 있다”고 질의했다. 김범수 창업자는 “수익이 많아지면 당연히 5%나 그 이하로도 갈 수 있다”며 질문 취지와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이듬해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안규진 카모 부사장에게 “(매출 부풀리기를 위해) 가맹기사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카모는 이중계약 구조를 계속 고수했고, 이제는 금융감독원이 나선 상황이다. 이소영 의원은 "가맹 수수료 구조의 부당성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카모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0월 국정감사 발표 자료. 사진 이소영 의원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0월 국정감사 발표 자료. 사진 이소영 의원실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은

카모는 두 계약이 별건이라는 입장이다. KMS가 받는 로열티는 가맹 서비스를 제공한 댓가로 받은 돈이고, 카모가 택시기사에게 지급하는 돈은 해당 차량이 플랫폼에 데이터를 제공해준 대가로 주기 때문이다. KMS와 기사 간 가맹 계약과, 카모와 기사 간 제휴 계약은 별건인 만큼 따로 회계 처리를 하는 게 경제적 실질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카모 관계자는 “택시기사는 가맹계약만 맺고, 업무 제휴 계약은 따로 체결하지 않아도 된다”며 “가맹금 비율은 글로벌 기업 수수료율(15~25%)을 참고해서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맹 택시기사 입장에서 업무 제휴계약을 맺지 않으면 수수료로 매출의 20%를 전액 다 내야 하는 상황에서 두 계약이 별건이라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카모 말대로 두 계약이 별건이라면 둘 중 가맹계약만 맺은 기사도 있어야 하는데, 현재 4만여대 가맹택시 중 그런 사례는 한 곳도 없다. 경쟁사인 우티는 복잡한 계약 없이 가맹비 2.5%만 받는다.

2020년 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블루 가맹계약서에 기재된 제휴사 활동비 지급 관련 내용. 사진 독자제공

2020년 초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T블루 가맹계약서에 기재된 제휴사 활동비 지급 관련 내용. 사진 독자제공

카카오모빌리티의 속내는

업계에선 여러 지적에도 카모가 이중 계약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2가지 이유로 해석한다.
우선 상장(IPO)를 위해 매출 외형을 키울 필요성이 제기된다. 카모의 매출은 가맹택시 사업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매년 크게 성장했다. 2020년 2800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129억원을 기록했던 카모는 202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7914억원, 영업이익은 195억원이었다. 카모는 2022년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었다. 두번째는 수수료를 올리는 것보다 업무 제휴비 조절이 유연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업계 한 관계자는 “가맹비를 3%에서 5%로 올리는 것보다 돌려주는 업무 제휴비를 17%에서 15%로 줄이는게 더 심리적 저항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상장만 바라보는 카카오모빌리티

회사 안팎에선 수차례 문제제기에도 이를 방치하다,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게 된 점을 두고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카모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여러 건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가맹택시 외 기사에 대한 ‘콜차단’ 행위에 대해 공정위는 최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또 배회영업·다른 앱을 통한 매출에 대해서도 가맹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지난 6월에는 공정위가 가맹택시 기사에게 ‘콜 몰아주기’를 했다며 25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위부터 금감원까지 규제당국이 조사중인 사안 모두 수년째 카모 외부에서 지적해왔던 사안들”이라며 “이 같은 빌미를 회사가 제공해 놓고 해결은 아무도 안하고 뭉개고 방치하고 있는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감에서 이러한 분식회계를 지적했는데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건 여전히 상장을 위한 외형부풀리기로 의혹을 씻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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