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쾌적한 환경미화원 복장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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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 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도시 환경은 개선 못지않게 잘 유지.관리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 최전선에 환경미화원이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의 개선 노력에 비해 미화원의 복장과 작업 도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환경미화원(左)은 짙은 녹색이나 회색 작업복에 주황색 안전조끼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녹색은 작업으로 옷이 오염됐을 때 잘 보이지 않지만, 야간이나 새벽 작업 때 쉽게 눈에 띄지 않아 미화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안전조끼는 형광색의 띠에 반사 테이프를 붙여 명시도를 높였지만 작업복에 불과한 모습입니다. 유니폼이 그들로 하여금 환경파수꾼으로서 직업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파리의 경우(中) 밝은 녹색의 미화원들이 거리에서 쉽게 눈에 띕니다. 잘 식별되는 것은 직물의 색상 때문만이 아닙니다. 유니폼 전체가 빛을 반사하는 성질인 재귀반사성 직물로 돼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잘 띄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성 소재는 방오.방수 처리가 돼 밝지만 쉽게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밝은 색상의 유니폼은 청결한 인상을 주면서 시민이 미화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합니다. 유니폼과 장비에 적용된 일관된 색상과 소재도 그들 직업에 대한 전문성을 느끼게 하며, 이는 곧 작업자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연결됩니다.

뉴욕(右)은 빨간색과 보라색을 조화시킨 유니폼이 인상적입니다. 유니폼의 빨강은 쓰레기통 색과, 보라색은 수거용 비닐 백과 통일돼 있습니다. 위험과 주의를 알리는 빨간색 유니폼과 쓰레기통은 청소작업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오염된 폐기물을 처리하는 전문 활동임을 느끼게 합니다. 이들 디자인에는 뉴욕시의 도시 환경에 대한 철학이 미화원들의 모습과 행동에 의해 전달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습니다. 공공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려면 환경미화원의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유니폼과 장비 디자인으로 미화원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을 돕는 한편 시민들이 환경미화 활동에 대해 전문성을 인식하고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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