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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절규, 도울 수 없었다"…가자 병원 생존자 전한 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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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도와달라’ 절규하며 수술실로 뛰어 들어왔다. 하지만 너무 많아서 모두를 구할 수 없었다”

지난 17일 폭발 참사가 일어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알 아흘리 아랍병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전한 참상이다. 당시 병원 건물 안팎에는 환자와 의료진은 물론 전쟁통에 은신할 곳을 찾은 피란민도 많았다. 생존자들이 옮겨진 인근 다른 병원에선 부상자들을 맨바닥에서 수술할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다.

폭발 참사가 일어난 알 아흘리 아랍병원. 신화통신=연합뉴스

폭발 참사가 일어난 알 아흘리 아랍병원. 신화통신=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폭발 당시 병원 수술실에 있던 정형외과장 피델 나임은 굉음을 들은 직후 바닥에 널려있는 시신과 부상자들이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나임은 “‘살려달라’ 외치는 사람들이 수술실로 뛰어 들어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환자 병실과 수술실 등 주요 시설들이 무너졌고 건물도 큰 화염에 휩싸였다.

하지만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전부 감당하긴 역부족이었다. 나임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모두를 구하기에는 사상자가 너무 많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살아있는 것을 보았지만 도울 수 없었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슬픔에 빠졌다. 폭발 당시 병원에 있던 주민 파티마 사에드는 “지금도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우리가 이 재앙에서 언젠가 빠져나올 수 있을까”라면서 울먹였다. 다른 주민은 “어린이·여성 등 다수의 시신이 건물 부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라고 AFP통신에 전했다.

알 아흘리 아랍병원의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알 아흘리 아랍병원의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병원 건물 안팎에 피신하고 있던 피란민들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가산 아부 시타 박사는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폭발이 발생했을 때 병원은 피란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말했다. 전쟁 중 병원 공격은 국제법상 범죄로 간주되는 만큼 피란민들은 병원은 다른 지역보다 안전하다고 믿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폭발 참사 후 “병원과 수많은 환자·의료 종사자·피란민들에 대한 이 충격적인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인근 알 시파 병원 등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병상이 부족했다. 부상자 350여 명을 수용한 알 시파 병원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부상자들로 이미 포화 상태다. 의사들은 팔다리가 잘리거나 복부가 찢어지는 등 중상자를 마취 없이 맨바닥이나 복도에서 수술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파괴된 알 아흘리 아랍병원에서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파괴된 알 아흘리 아랍병원에서 사람들이 서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알 시파 병원의 아부 살리마 국장은 “필요한 물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호소했다. 그는 물품 전달이 시급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 발전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한 연료가 수 시간 내로 고갈된다며 “병원이 폐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확한 사상자 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8일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해당 폭발로 최소 471명이 사망하고 34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사상자가 몇 명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사상자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알 아흘리 병원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나온 사실은 맞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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