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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넷제로 시대, 전력공급 과잉을 바라보는 인식 전환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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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박정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정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과거 국내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관심은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과 겨울철에 국한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로 인하여 경부하(춘·추계) 시기에 전력공급 과잉문제가 전력계통 안정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은 주파수와 전압을 정격으로 유지하면서 고품질의 전력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격 주파수 및 전압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전력설비의 성능 저하는 물론이고 계통 전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파수는 계통의 발전량과 부하량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한 수급조절을 통해 정격인 60㎐로 유지될 수 있다. 최근 들어 기상여건에 큰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규모 태양광은 일일이 발전량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직접적인 운영권 밖에 있는 태양광 BTM(Behind-the-Meter) 발전도 4.7~5GW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발전량 제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석탄·가스 화력발전과는 달리, 원자력발전은 상시 일정한 출력으로 운전되며 정지도 쉽지 않기 때문에 경부하 시기에는 주파수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 이러한 경직성 발전원을 포함하여 모든 발전원 대상으로 출력제어 시행이 필요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계통 운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적정 수준의 출력제어는 계통 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이는 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한 확산 기반 마련 및 계통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력시스템 혁신과 획기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한전은 재생에너지 증가가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 및 계통 안정화 자원 등 전력망 계획·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전력거래소는 재생에너지 가격 입찰제도를 통해 보조서비스 시장 활성화나 시장가격신호(마이너스가격 등)로 출력제어를 완화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배전망운영자(DSO)를 정립하여 배전 신뢰도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고,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전력감독원’과 같은 법적 근거의 규제·감독기관을 통해 두 기관간 긴밀한 협조 운영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계통 운영과 최적의 전력망 계획·투자가 가능해지고, 이는 결국 국가적 편익을 증대하고 국민 부담을 감소시킬 것이다.

박정욱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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