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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함께 가꾸는 면역의 정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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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이달 초 발표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긴 분들에게 돌아갔다. mRNA 기술 덕에 신속히 개발된 백신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쌀쌀한 계절이 돌아왔다. 점차 경각심이 낮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어르신들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질병이다. 65세 이상에서의 치명률은 그 이하 연령에 비해 40배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암과 심장질환에 이은 3대 사망원인으로 파악되었다. 코로나19에 과거 감염되었거나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우리 몸 속 면역은 약화된다. 그 사이 바이러스도 달라진다. 올 초까지 국내 유행을 주도하던 BA.4/5 바이러스는 이제는 XBB라는 변이로 99% 가까이 대체됐다. 새로운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인플루엔자는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행하므로 10월 11일부터 이를 겨냥한 백신을 고령층에게 접종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현재 국내 유행을 주도하는 XBB 변이에 맞춤형으로 개발된 백신을 활용한다. 이 백신은 작년 동절기에 접종한 백신에 비해 유행주(현재유행, XBB.1.5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형성능력이 3배 정도 높다. 또한 이상반응 신고율이 초기주(초기 유행, 우한 변이 바이러스) 단가 백신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작년 동절기 백신보다도 안전하다는 임상결과를 얻었다.

최근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같은 날 접종해도 두 질병에 대한 면역이 충분히 형성되면서도 안전성이 유지된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작년 국내 동시 접종자의 이상반응 신고율은 코로나19 단독 접종자에 비해 오히려 40% 정도 낮았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게는 편리하게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10월 19일부터 같은 날 함께 접종할 것을 권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해 국내에서 약 15만 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19도 인플루엔자와 마찬가지로 연 1회 접종체계가 마련되었다. 이번 절기는 이처럼 새로운 접종체계의 첫 발을 내디딜 시점이다. 미국의 작가 율라 비스가 그녀의 책 『면역에 관하여』에서 말한 대로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며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우리의 정원이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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