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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의료인 '2020 트라우마'? 의대정원 확대, 전공의 또 뭉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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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과대학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국내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크게 늘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계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원 증가 폭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2년 뒤 입시에서만 1000명 이상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에 의사 단체는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7시 전국 의료계 대표자회의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의협 산하 전국 시·도 16개 의사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 의사단체 회장은 16일 “회의 이후 총파업 등 대응 수위에 대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 “정부, 의사 증원 일방 발표 시 총력 대응”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다. 의협은 올해 보건복지부와 10여 차례 열린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의논해 왔다. 그런 와중에 1000명 증원이 거론되자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사실상 협의체와 의료계를 ‘패싱’한 결과로 본다. 회원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라고 의료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의협 대의원회도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보도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자 회의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총파업 등 대정부 투쟁을 전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의협은 지난 2월 간호법 제정안 저지를 위해 비대위를 만들고 대응 집행부를 교체했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공식화하면 비대위 구성은 수순”이라며 “내년 5월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둔 만큼 일부 후보가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본다. 전투적인 집행부가 구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공의 움직임에 주목…“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의료계 관계자들은 전공의 등 20~30대의 ‘MZ 의료인’이 총파업에 동참할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등 상급의료기관에서 일해 개원의 중심인 의협보다 파업 때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추진했을 때 전국 전공의가 집단휴업을 강행했고, 정책 추진을 저지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일부 전공의는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3년 차 전공의 A씨는 “1000명 이상 확대 방침이 나온다면 (전공의가) 총파업을 할 분위기”라며 “필수 의료를 키우는 게 아니라 단지 피부과로 가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뻔히 보여 반발감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전공의가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며 “힘든 근무 여건에서 이들이 참는 이유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인데,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기피과 전공의가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등 20대 예비 의료인들의 반발도 감지되고 있다. 의사·의대생이 주로 모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총파업, 국시(국가시험) 응시 보이콧, 수업 거부, 성명문 발표 등 하면 안 되나요” “총파업 결의하고 지렁이도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줍시다”와 같은 글이 최근 잇따라 올라왔다.

MZ 의료인들, 2020년 국시 보이콧 트라우마도 겪어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모습. 대한전공의협의회 주도 '젊은의사 단체행동' 관계자들이 2020년 8월 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뉴시스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모습. 대한전공의협의회 주도 '젊은의사 단체행동' 관계자들이 2020년 8월 23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의대 정원 확대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의사 가운을 벗고 있다. 뉴시스

반면, MZ 의료인들이 단일 대오로 극단 행동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2020년 파업 때 의협이 현장에 먼저 복귀하면서 파업이 흐지부지됐던 전례가 있어서다. 당시 의사 국시를 1년 미루고 파업에 참여했던 한 공보의는 “그때 트라우마로 관심이 사라졌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아직 대전협으로부터 공지가 없지만, 정해지는 방침에 따를 것”이라며 “대표자 회의 이전에 전공의들 의견이 모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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