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VIP 대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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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실적이 좋아서 그런지 '졸업'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국내외 투자자들이 서로 데려가겠다고 야단입니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지분 35.7%)인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들은 요즘 표정 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2000년 3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건설(당시 ㈜대우의 건설부문)이 3년여 만에 사실상 정상화되면서 국제입찰을 공고하지 않았는데도 투자자들이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3일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미국 최대 엔지니어링 업체인 PB(Parsons Brinckerhoff)사의 관계자가 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최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PB사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끝난 뒤 현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엔지니어링 업체다.

또 다른 미국계 업체인 PEW사도 대우건설의 경영권에 관심을 피력했고, 싱가포르 정부가 전액 출자한 투자회사인 테마섹(Temasek)도 대우건설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자산관리공사와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포스코가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워크아웃 3년 만에 '졸업장'을 사실상 확보할 정도로 경영실적이 개선되었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00년 말 4백60%에서 최근 1백80%로 낮아졌으며, 수주액은 연말에는 7조4천억원으로 3년 만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당기순이익도 2000년 1천2백억원 적자에서 올해 2천5백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대우건설 자본금은 이달 중 1조7천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의 51%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액면가로 사더라도 최소 8천5백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은 2001년 12월 대우건설 3차 출자전환 때 받은 8천6백억원어치의 전환사채(CB)를 11월 7일부터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편 채권단은 다음달 20일께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우건설의 워크아웃 이행약정(MOU)을 점검한 뒤 졸업을 결정할 예정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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