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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적 불면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사람에게는 삼혼칠백이 있는데 아버지의 정기는 삼혼이 되고, 어머니의 기운이 칠백이 되어 아기가 생긴다. 옛 천문화에 따르면 달이 햇빛을 반사해 밝은 부분을 명이라 하고 어두운 부분을 백이라 했으니 이로 보면 칠백은 음이고 삼혼은 양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혼이 빠져도 죽고 넋을 잃어도 살지 못하는데 이 넋은 어머니에게서 받은 정기로 돼있다. 사람의 혼과 넋은 천상의 일월의 운행에 따라 움직이니 특히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달은 여성의 생리와 정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게·조개·진주가 달이 차고 기움에 따라 살찌고 여위듯 여성의 육체도 황체·난소·자궁은 달의 사이클에 따라 크게 변화감응하녀 이 때문에 여성은 주위 환경의 변화나 위험과 불행에 민감해 사전에 알아채기도 한다.
집안이 흥하고 망하는 것을 미리 예감하기도 하고 회사나 나라의 흥망성쇠도 미리 점치는 사람이 여성 중에 많다.
여체는 소천지이며 그 몸이 하늘의 해와 달을 향해 열려 있고 현실이란 토양에 그 뿌리를 공고히 박고 있는 자연 감응체이기 때문이다.
여비서가 걸려오는 전화 목소리만 듣고 사장의 빚쟁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고 따돌려 버리며 회사의 큰 고객이 되어 도움될 사람은 사장에게 연결시켜 주는데 이런 일은 남자의 이성과 계산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고감도 센서(sensor)는 귀에 있는게 아니라 여성의 자궁에 있으며 여성호르몬에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이러한 감각상의 예민성은 자식과 가정·회사에 대한 보호본능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유익할 때가 많지만 그 도가 지나칠 때는 상당한 신체상의 고통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생리주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불면증이 그것이다. 배란기가 가까워지면 괜히 초조해지고 서성거리며 별 볼일도 없는데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고, 안절부절못해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혈관 속에 감점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고 공연스레 짜증이 나며 히스테리가 생긴다. 이럴 때 이러한 여체의 폭풍과 격랑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남편의 만파식적뿐이다.
신라의 신기·영죽으로 만든 피리가 바다의 성난 파도를 잠재우듯 남편은 정서의 폭풍 속에 있는 아내를 고요히 수면 속으로 안내할 수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정상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여성은 이러한 생리주기 때는 불면증으로 심한 고통을 방게 된다. 이 경우 함부로 수면제를 먹으면 만성적 불면증 환자가 되고 만다. 수면제를 먹지 않고 불면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으면 월경이 시작할 때 불면은 없어지고 둔감해져 잠을 잘 자게 된다. 불면의 고통이 심하다고 해서 강제로 수면시키는 약국의 수면제를 멋대로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변정환< 대구한의과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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