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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역 에스컬레이터 침수 1년 지나 복구, 중국산 수급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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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로 KTX 광명역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가 가동을 멈췄다. [연합뉴스]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로 KTX 광명역 역사 내 에스컬레이터가 가동을 멈췄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경기도 KTX 광명역 역사. 역사 내 곳곳의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침수 복구 후 가동 중인 승강기입니다’라는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지난해 7월 침수 피해를 당해 1년 이상 ‘스톱’됐다가 최근에야 가동을 재개했다. 당시 고장 났던 에스컬레이터만 30여 기, 1년 이상 가동을 중단했던 에스컬레이터는 10기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부품 수급 어려움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가동 중인 에스컬레이터들은 삐걱거리는 소음과 진동이 느껴졌다. 이날 만난 여행객 김영희씨는 “기분 탓인지 떨리는 느낌이 들어서 찜찜하다”고 불안해했다.

일상 속 ‘라스트 마일(Last Mile)’이 위협받고 있다. 라스트 마일은 사람이나 상품이 이동하는 마지막 물리적 공간을 뜻한다. KTX 광명역 역시 누구에게나 라스트 마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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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역 에스컬레이터는 설치 당시 입찰을 통해 저렴한 제품과 부품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사용 중 긴급한 유지·보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제때 조치가 되지 않았다. 2021년 중국산 요소수 대란 같은 상황이 ‘이동(모빌리티)산업’ 현장에서도 발생하면서다.

1년만에 재가동한 광명역 에스컬레이터의 모습. 에스컬레이터 옆 ‘침수 복구 후 가동 중인 승강기’라는 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보수가 되지 않고 있다. 이수기 기자

1년만에 재가동한 광명역 에스컬레이터의 모습. 에스컬레이터 옆 ‘침수 복구 후 가동 중인 승강기’라는 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보수가 되지 않고 있다. 이수기 기자

업계에 따르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등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 대수는 83만1208대다. 연평균 5만대 가까이가 새로 설치돼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인구 밀도가 높고, 고층 빌딩이 많은 영향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철도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로 인한 사고는 대부분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설치한 현장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개는 경쟁 입찰을 통해 수주한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이동 산업’ 부문 기자재는 중국산이 국산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국내에서 생산해선 버티기 힘들다는 얘기다.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조차 범용 제품의 국내 생산을 포기한 상태다. 그동안 유일하게 국내 생산을 고집해 오다가 2014년 에스컬레이터 생산을 중국 현지법인으로 넘겼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7~8위권이다. 현재는 수출용의 경우 일부 초고속 엘리베이터만 국내에서 생산할 뿐 일반 엘리베이터는 중국에서 만들어 전세계 50여개 국으로 판매 중이다. 다만 내수용 엘리베이터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문제는 광명역에서처럼 시민 부담과 불편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지하철·철도를 비롯한 공공 부문 승강기는 중소벤처기업부 고시에 따라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돼 있다. 자체 생산 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은 중국 제조사에서 수입해 현장에 설치하고 있다. 최근 10년 새 지하철 역사 내 승강기 안전사고는 6건이 발생해 100명가량이 부상했다. 주요 역사 시설 내 중국산 설치 비중은 전체의 90% 이상인 6000여 대에 이른다.

위기감을 느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도 시작되고 있다. 서울경기북부엘리베이터사업협동조합은 핵심 부품인 제어반과 보조 브레이크 등의 국산화에 나섰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제어반을 중소기업 등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도체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일상의 삶에 필요한 산업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공공 영역에서는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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