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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담화전 시동건 北…美 WMD 전략에 "억제력으로 강력 대응" 반발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27일 북한 해군절(8.28)을 맞아 해군사령부 작전지휘소를 방문해 모자이크 처리된 한반도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월 27일 북한 해군절(8.28)을 맞아 해군사령부 작전지휘소를 방문해 모자이크 처리된 한반도 지도를 손으로 가리키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미국 국방부가 최근 북한을 '지속적인 위협'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군사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이 중국을 '추격하는 도전'으로, 러시아를 '심각한(acute) 위협'으로 각각 묘사한 것에 비하면 완곡한 평가임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꼬투리를 잡아 비난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핵무력' 헌법화 이후 각종 담화를 쏟아내면서 국제 여론전에 나선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앞서 명분 쌓기를 시도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엄중한 군사정치적 도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2023 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략'에 자신들이 '지속적인 위협'으로 명시된 것을 거론하며 "또 하나의 엄중한 군사 정치적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대변인은 "'지속적인 위협'에 대해 말한다면 지난 세기부터 공화국(북한)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사상 유례없는 핵 위협과 공박을 계단식으로 확장 강화해온 세계 최대의 대량살육무기 보유국이며 유일무이한 핵 전범국인 미국에 어울리는 가장 적중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방문해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에 승함하는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를 방문해 미국 오하이오급 핵추진 탄도유도탄 잠수함 켄터키함에 승함하는 모습. 뉴스1

이어 한·미 양국 정상이 지난 4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지난 7월 핵협의그룹(NCG)을 가동한 데 이어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 함을 부산항에 기항시킨 것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무분별한 망동이야말로 전 지구를 파멸시킬 가장 엄중한 대량살육무기 위협"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 공개한 '2023 WMD 대응 전략'에서 "북한이 자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전력을 우선시해왔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역량 개발은 북한이 물리적 충돌의 어느 단계에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군사대응 예고도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군사적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도 내놨다. 국방성 대변인은 "제반 사실은 우리 공화국 무력으로 하여금 중장기성을 띠고 날로 무모해지고 있는 미국의 대량살육무기 사용 위협에 철저한 억제력으로 강력 대응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 제국주의 침략자들의 군사 전략과 도발 행위에 가장 압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 전략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회의에선 "핵무력강화정책의 헌법화" 문제가 상정돼 "전폭적인 지지찬동 속에" 채택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회의에선 "핵무력강화정책의 헌법화" 문제가 상정돼 "전폭적인 지지찬동 속에" 채택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최근 담화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인 위협에 맞서 자신들의 핵보유와 위성발사가 정당한 주권국가의 권리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며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비롯한 군사 도발을 앞두고 대외적인 여건 마련에 골몰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핵무력강화 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이후 국제사회를 향한 담화전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최선희 외무상을 시작으로 외무성·원자력공업성·국방성 관계자들이 잇달아 담화를 쏟아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반제자주연대, 미국의 이중잣대 비판, 유엔 대북제재 배격, 핵무력 헌법화의 정당성 등이 담화의 주요 내용"이라며 "국제사회와의 논리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동시에 핵무력 강화의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하는 모습.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하는 모습.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국방부, 北 '핵무력' 헌법화에 경고

한편 국방부 이날 북한이 '핵무력 정책'을 헌법에 명시한 것과 관련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정권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북한은 작년 9월 법제화했던 '핵무력 정책'을 이번에 그들의 헌법에 명시했다"며 "파탄난 민생에도 불구하고 핵포기 불가와 함께 핵능력을 고도화하겠다는 야욕을 더욱 노골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심각한 위협"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떠한 공격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한미 연합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명시한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최상위법인 헌법에 핵무력을 명시하면서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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