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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젠 법원의 시간…여야 정치권은 민생 회복에 전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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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3시55분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손성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3시55분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손성배 기자

법원,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사법리스크는 진행형

사법적 판단 법원에 맡기고 민생 정치 복원해 주길

법원이 어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가 더욱 견고해지게 됐고,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국민의힘엔 빨간불이 켜졌다. 이 대표를 대규모 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신병을 확보해 수사하려던 검찰의 계획 역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주요 혐의에 대해 직접 증거가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만 이번 법원의 심사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에 한해 구속수사 필요성을 따지는 절차였지, 유무죄를 결정한 게 아니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이 대표)의 지위, 문건,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여지를 뒀다. 위증교사 혐의에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 부분 혐의를 인정했다.

이 대표가 구속수사의 부담에선 일단 벗어나게 됐다고 해도 사법리스크가 해소되거나 면죄부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더구나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 등과 관련해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연달아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 기록만 모두 20만 쪽에 달하고 참고인도 100명이 넘는다. 하루이틀 안에 결론날 사안들이 아니다. 지난 1년 이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사법리스크와 엮이면서 방탄 정당의 오명과 강성 지지층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야 정치는 극단으로 갈려 대립했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제 사법적 판단은 오롯이 법원에 맡기고 정책과 민생을 돌보는 제1 야당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이 대표 단식투쟁 이후 파행을 거듭한 정기국회부터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당장 내년 나라 살림살이에 빨간불이 켜졌고, 한시가 급한 민생 법안도 산적해 있다. 자칫 영장 기각의 의미를 확대 해석해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대여 공세의 지렛대로 삼으려 했다가는 민심은 완전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개딸에게 굴복했다”며 법원 결정에 맞서는 태도를 보이는 건 집권 여당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야당 대표 사법리스크에만 명운을 거는 태도론 총선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여권이 책임져야 할 나라 경제가 영 좋지 않다. 경기 침체로 서민들은 추석 명절 쇠는 것부터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정치를 복원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