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수륙양용장갑차 침수…붕 떠있던 K방산 성찰의 계기 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2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119구조대와 해병대 1사단 구조대원들이 해상 성능 시험 도중 실종됐던 신형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 승무원을 병원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쯤 도구 해안 약 1km지점에서 방산업체 직원 2명이 신형 KAAV성능 시험을 하던 중 침수사고로 실종됐다. [사진 뉴스1]

26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도구해안에서 119구조대와 해병대 1사단 구조대원들이 해상 성능 시험 도중 실종됐던 신형 KAAV(한국형상륙돌격장갑차) 승무원을 병원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30분쯤 도구 해안 약 1km지점에서 방산업체 직원 2명이 신형 KAAV성능 시험을 하던 중 침수사고로 실종됐다. [사진 뉴스1]

차기 상륙 장비 포항서 시험 중 침몰, 2명 사망

수출 효자 칭찬받던 K방산, 자만 버리고 내실을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해 개발 중인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KAAV-2)가 그제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시험운행 중 침수돼 2명이 사망했다. 상륙돌격장갑차는 유사시 해병대원을 태우고 바다 위로 이동한 뒤 육지에 상륙하는 수륙양용이다.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인천상륙작전이 전세를 역전시켰듯 상륙전은 현대전의 중요한 전장이다. 작전 수행을 위한 필수 장비이자 육지에서는 물론 물 위에서도 자유롭게 기동해야 할 장갑차가 그만 물속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이날 사고는 군 당국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의뢰해 제작한 시제품을 바다에서 시험하는 탐색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다.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는 게 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제품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제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제 사고의 경우 장갑차가 침몰한 지 두 시간이 지나 희생자를 발견했다. 수심 10m에 달하는 바다에 장갑차를 보내면서 구조 장비 등을 제대로 준비했는지 의문이다. 특히 사고를 일으킨 업체는 2010년 육군의 K21 장갑차 침몰사고를 일으킨 회사를 인수해 KAAV 개발에 뛰어들었다. 계열사에서는 2018년 5월 폭발사고로 5명, 2019년 2월엔 3명이 사망하는 인명사고를 겪었다. 누구보다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할 당사자였다. 당국은 사고 원인은 물론이고, 당일 무리한 시험은 아니었는지, 예방 대책은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 무기가 호평을 받으며 K방산이 한국의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었다. 이번 사고를 낸 장갑차 제조사도 최근 수조원대의 호주 차세대 장갑차 사업을 수주했다. 군은 지난 26일 국군의날 행사에서 한국형 사드(THAAD) 장거리 요격미사일(L-SAM) 과 괴물로 불리는 국산 현무 미사일을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장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고’가 이어진다면 윤 대통령의 연설은 힘을 잃게 된다. 군은 지난해 북한이 미사일을 쏘자 국산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했지만 발사대 뒤로 날아가 골프장에 떨어져 체면을 구겼다. 또 다른 종류의 미사일은 어디로 날아갔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전투기에서 쏜 미사일은 발사조차 되지 않았었다. 이런 일들이 유사시에 벌어진다면 아찔할 뿐이다. K방산이 조명을 받을수록 보다 겸허하게 정진해야 한다. 자만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