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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돌아온 노벨상 시즌, 부러워만 하는 한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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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상자 발표 시작됐지만 유력 한국 후보 없어

기초연구 지속 투자와 연구 풍토 개선이 우선

노벨상 시즌이 시작됐다. 스웨덴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등 과학부문 수상자 발표가 이어진다. 5일에는 문학상, 6일엔 평화상, 9일엔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된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모국인 스웨덴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상이다. 특히 과학기술 세계에선 다른 이름 높은 상들조차 ‘○○ 분야의 노벨상’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노벨상의 권위는 특별하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의 명단을 시대별로 세워보면 그 자체가 인류의 과학 발전 역사라는 사실이 노벨상의 위치를 새삼 확인해 준다.

한국 사회는 매년 9~10월이면 ‘노벨상 앓이’를 한다. 학계와 관련 단체 곳곳에서 노벨상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매년 수상자 발표 시즌이 되면 국내 누군가가 유력한 후보라는 이야기가 돌다가 결국 빈손에 그친다.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하며 ‘우리는 뭘 하고 있나’라는 탄식도 이어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1, 2위를 자랑하는데, 노벨상은 왜 못 받는가’라는 비판도 나오곤 한다. 발표가 남았으니 지켜볼 일이지만, 올해도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벨상 예측으로 유명한 학술분석기관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후보 중 한국인 과학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미 25명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매년 유력 후보가 거론되는 일본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노벨 과학상은 기초과학 영역에 주는 상이다. 새로운 분야에서 선구적 연구를 수행하고, 그 연구가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할 때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오늘 위대한 과학적 발견을 했다고 상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30세 이전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독자적 연구를 시작해 40대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를 완성한 사람’이 주류를 이룬다. 50대 중반에 연구 결과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50대 후반에 이르러 해당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돼서야 노벨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진국 추격에 바빴던 한국 사회가 기초과학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2011년에서야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만들었다. 한국이 과학 연구의 ‘퍼스트 무버’(선도 국가)로 도약하려면 기초과학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R&D 부문은 올해 대비 16.6%나 삭감됐다. 심각한 재정적자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총 예산안은 2.8% 늘었다. 수준 높은 연구가 지속해서 이어지고, 국가의 체질이 ‘퍼스트 무버’ 형으로 바뀌어야 노벨상도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