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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권만큼 중요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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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여성국 기자 중앙일보 기자
여성국 IT산업부 기자

여성국 IT산업부 기자

기사나 칼럼을 쓰면 댓글을 통해 독자 반응을 살핀다. 언론사 홈페이지보다 댓글이 많은 네이버를 주로 확인한다. 며칠 전, 지난 칼럼과 최근 작성한 기사의 댓글을 보러 네이버에 접속했다가 많은 블로그 이용자들이 뉴스 원문을 복사해 올린다는 걸 알게 됐다. 비난 목적이 아니라 기사를 읽고 알리기 위해 공유하는 것은 기자로서 뿌듯한 일. 하지만 이런 블로그 글은 뉴스 저작물 복사에 해당한다. 네이버의 생성 AI(인공지능)는 자사 블로그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뉴스 데이터를 학습할 수밖에 없다.

오픈AI의 챗GPT 로고. 미국 작가협회는 지난 20일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픈AI의 챗GPT 로고. 미국 작가협회는 지난 20일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테크기업과 언론사 간 뉴스 데이터 사용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언론사 뉴스는 지난달 모습을 드러낸 네이버의 생성 AI 하이퍼클로바X 학습에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신문협회는 “뉴스 저작물을 AI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고 네이버와 카카오가 언론사와 협의해 데이터 활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신문협회에 “생성 AI 기술의 뉴스 이용 기준 마련은 기술 발전 제한 요소로 기능할 우려가 있고, 지금까지 뉴스 활용은 사별 콘텐트 제공 계약과 약관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AI 기업과 언론사는 갈등을 빚는다. 챗GPT는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의 기사 데이터를 학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작가들도 언론사와 비슷한 입장이다. 존 그리샴·마이클 코넬리 등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포함된 미국 작가협회는 지난 20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불법 해적판 전자책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작가들의 책이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학습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국내 테크기업은 AI 주권을 강조한다. 국내 AI 생태계가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보다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네이버는 검색을, 카카오는 메신저 시장을 빅테크로부터 지켜냈다고 말한다. 하지만 AI 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해관계자와 AI 관련 저작권 문제를 소홀히 여기는 것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IT 전문가로 활동하는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은 “AI 주권이란 말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오픈AI에 말라죽으나, 네이버에 말라죽으나 똑같다’는 말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네이버 클로바X에게 물었다. “생성 AI 뉴스 이용 기준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신문협회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클로바X는 저작권·보상·투명성 등의 문제를 제시하며 이렇게 답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생성 AI 뉴스 이용 기준을 마련하고, 적정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언론사와 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뉴스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