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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 상대 ‘갑질’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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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삼성전자가 ‘갑질’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 앞에선 삼성도 ‘을’이었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부품 공급 장기 계약 체결을 강제한 브로드컴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191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퀄컴 등 경쟁업체가 따라오기 시작하자 브로드컴은 삼성에 독점 부품 계약을 강요한다. 삼성은 처음엔 불공정한 조건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브로드컴은 삼성에 공급하는 모든 부품의 선적을 중단하기도 하고, 일부 부품의 생산까지 중단했다.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2020년 5월 삼성은 브로드컴으로부터 연간 7억6000만 달러(1조180억원)의 부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공정위 현장조사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자료제출 요구 등이 진행되면서 이 계약은 2021년 8월 종료됐다. 1년 2개월여 간 삼성이 구매한 브로드컴의 주요 부품 규모는 8억 달러(1조710억원)에 달한다.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브로드컴 부품을 구매해 삼성이 본 피해는 1억6000만 달러에 이른다. 브로드컴은 “삼성은 ‘을’이 아닌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2020년 당시 거래 관계에선 브로드컴의 우위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가 내린 결론이다.

당초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행위에 대해 제재 대신 자진 시정토록 하는 동의 의결을 하려고 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기각됐다. 삼성이 “브로드컴으로 인한 피해 구제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면서다. 제재로 결론이 나면서 삼성이 브로드컴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 경우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은 최근 브로드컴에서 공급받던 부품을 퀄컴 등으로 교체한 만큼 소송 걸림돌도 해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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