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키' 누가 잡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이 26일 별세한 이후 이 국내 최대 해운회사의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은 자산 5조1000억원, 매출액 50억 달러의 세계 7위권 선박회사다.

이 회사는 외형상 한진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 계열사에 편입돼 있지만 실질적으론 조수호 회장의'해운 소그룹'으로 독립 운영돼 왔다. 회사 경영도 와병 중인 그를 대신해 전문 경영인인 박정원 한진해운 사장이 맡아왔다. 당초 고 조중훈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한진그룹은 장남(항공.육송).차남(중공업).3남(해운).4남(증권) 네 형제로 나뉘었다. 하지만 장남과 3남은 재산 분쟁까지 겪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사이가 좋은 편이고 주력 사업인 항공.육송과 해운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그룹 처럼 지내왔다는 것이다.

◆외국계 M&A 가능성 있나= 한진해운의 지분 구조를 보면 조수호 회장이 6.87%, 한진해운 자사주는 8.78%에 불과하다. 우호지분으로 꼽히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측 지분 등을 합해도 30%를 넘지 못한다. 반면 외국계 지분은 34%로 상당히 높다. 특히 지난달 새미 오퍼라는 이스라엘계 해운업자가 제버란 트레이딩으로부터 한진해운 주식 624만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12%까지 높이면서 증권가에선 이 회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한진해운이 대한해운 지분 7%를 인수하고 대한해운은 한진해운 지분 1.67%를 인수하는 지분 교환으로 힘을 보강할 정도로 위기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이 일방적으로 외국계 투자자의 경영권 공격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조수호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1년 5000만 달러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BW의 옵션을 행사할 경우 전체 발행 주식의 18%에 달하는 신주 1291만주를 살 수 있다. 이 경우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이 40%를 넘게 돼 큰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당분간 현 체제 유지될 듯= 현재 조수호 회장의 직계 가족인 부인 최은영(43)씨와 두 딸 유경(20)씨와 유홍(18)씨는 한진해운 지분이 없다. 두 딸의 나이가 회사 경영을 챙기기엔 어리고 경영 수업을 받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유족들은 당분간 대주주 역할만 하고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맏형인 조양호 회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표한다. 한진해운의 지분 구조 등을 볼 때 조양호 회장이 '후견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 계열인 한국공항은 2년 만에 한진해운 지분율을 소폭 늘렸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6.25% 등 모두 11%의 한진해운 지분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 지분 매입은 백기사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