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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선 의식 무리한 지역 SOC 예산은 걸러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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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긴축 기조에도 SOC 예산은 4.6% 늘어

전반적인 긴축 기조 속에서도 내년도 공항·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올해보다 4.6% 늘어났다. 수도권은 인천발(發) KTX 건설과 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조기 개통 사업,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대구는 도시철도 엑스코선,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등 지역의 숙원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해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은 충남의 서산공항 사업까지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어제 “선거 매표(買票) 예산을 배격했다”는 표현을 썼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SOC 예산을 선거와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지난주 열렸던 예산안 당정협의 직후에 지역 SOC 사업이 무더기로 공개된 것으로 볼 때 총선용 예산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겠다. 지역에서 요청한 대표 사업을 기재부와 협의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여당 예결특위 간사도 설명했다.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역 SOC 사업에 기대는 건 과거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토목 위주의 SOC에 부정적이던 문재인 정부도 ‘생활 SOC’라고 이름을 바꿔 도서관 등 지역에 재정을 투입했다. 막판에는 대규모 국책사업의 예타까지 면제해 예산을 수조원이나 늘렸다. 과거 정부의 구태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속가능한 건전재정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답게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개혁이다. 정부·여당 스스로 모범을 보여야 이미 수십조원의 추경을 공언한 야당의 무리한 확대재정 요구와 지역구 민원을 들이대는 여야의 ‘쪽지예산’을 방어할 수 있다. 향후 국회 심의에서 무리한 SOC 사업들은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