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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인 기 살리는 것이 경제활성화 대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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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3호 30면

환율 불안에 내년 1%대 저성장 우려도

생산성 높이려면 이젠 서비스업 키워야

규제 완화 등 돈 안 드는 수단 활용을

날은 여전히 더운데 경제 돌아가는 형세는 불안하고 답답하다.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실물 경제는 힘을 못 쓰고 중장기 성장 동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 달 새 달러당 원화가치가 80원 가까이 하락했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시장 수급에 영향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 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반영한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가 24억 달러 흑자를 냈지만 흑자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의 10분의 1로 급감했다.

정부는 수출이 점차 회복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올라가는 ‘상저하고’를 기대한다. 경제성장률이 올해 1.4%, 내년 2.4%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1.1%, 내년 1.9%에 그쳤다. 그대로 된다면 성장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54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의 불명예를 기록하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저성장에서 벗어나려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 못지않게 서비스업도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공장 설비만 갖추면 일단 가동은 할 수 있는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인적자본이 중요하다. 기술을 체화한 인력과 기업을 양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사태나, 악몽이 돼 버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설계·감리나 대규모 행사기획 등의 서비스업을 키워야 한다.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업을 지원·육성하는 내용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2011년 정부가 발의한 이후 12년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당장 거시정책에 동원할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2%포인트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고려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는 거의 없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는 것조차 버거운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미국이 추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재정 여력도 없다. 상반기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40조원 가까이 줄었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미리 잡아놓은 예산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이 55%에 그쳤다. 관련 통계를 공표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상반기에 재정의 65%를 앞당겨 집행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물 건너갔다. 재정이 불황의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정부나 한은이 돈을 풀지 못하더라도 거시경제를 살릴 수단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과감한 규제 개혁이 좋은 대안이다. 김종석 민간 규제개혁위원장은 “규제는 감추어진 세금”이라고 표현한다. 규제 없애는 게 감세 정책이라는 거다. 그는 “재정·통화정책은 쓸 만큼 썼으니 규제 혁신으로 기업환경을 개선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자”고 강조했다.

요즘 기업인을 만나면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다. 기업이 정치권력의 의중에 안테나를 세우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민간 자율을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이런 모습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통령이 정책 세부 사항까지 직접 챙기고, 이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정부 기관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현상은 민간 활력과도 거리가 멀다. 맘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돈 안 드는 경제활성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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