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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개혁파 보수파와 타협모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제위기 계속되자 군부까지 들먹/파국상황 막게 고르비에 정책협력
소련이 당면하고 있는 난제들의 해결을 위해 급진적인 정책을 주장해온 개혁파들이 최근 현실적인 타협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특히 개혁파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최근 강경한 입장과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태도변화와 맞물려 있어 소련정치의 미묘한 상황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전격적인 인사를 통해 바카틴 내무장관을 해임시키고 이 자리에 푸고 전 라트비아공화국 KGB의장을 임명했다.
또한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키예프 군구사령관인 그로모프를 내무차관에 임명했다.
바카틴은 그동안 소련 내무부 산하의 보안군을 철저히 통제해 발틱3국에서의 군과 시민의 충돌을 회피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온 온건 합리주의자로 지지를 얻어 왔었다.
반면에 보수파들은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과 바카틴 내무장관을 연방의 분열과 소련의 손실을 가속화시켜온 인물로 지목해 일찍부터 사퇴압력을 가중시켜 왔었다.
따라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인사는 보수파들의 요구가 인사에 반영된 최초의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이외에도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5일 신연방법을 최고회의에 제출,이를 통과시켜 자신에 대한 연방적인 지지를 재확인시켜 급진개혁파에 대한 현실적인 무력감을 안겨줬다.
또한 지난달 인민대의원대회에서 정부개편을 실시하면서 총리직을 철폐시키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수정,총리직을 계속 존속시키면서 이 자리에 리슈코프 현 총리를 계속 유임시킬 것을 시사하고 나섰다.
여기에다 보수파에서는 구국위원회를 구성,난국수습을 위한 보다 더 강경한 조치(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하고 나섰고 군 및 KGB가 국가의 위기에 눈을 감고 방관해서는 안된다며 군부를 부추기고 있다.
각 지방공화국 의회와 정당활동의 중지 및 군의 정치참여를 요구한 일부 보수파의원들의 이와 같은 요구는 일종의 정치쿠데타를 고르바초프에게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보수파들의 이와 같은 주장에 따라 엄청난 혼란과 파국을 몰고올 비상사태 선포를 할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수파들의 이와 같은 대공세와 고르바초프가 이미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확보한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통일적인 정책수행을 위한 강력한 권한 및 이의 실시를 보장할 군부 및 관료들의 고르바초프에 대한 지원,KGB와 노동자조직을 통한 지하경제 분쇄 및 식량난 해결노력 등은 고르바초프에게 여러가지 이득을 안겨주고 있다.
즉 이러한 강경책과 보수파의 대공세 속에서 개혁파가 취할 입장이란 ▲연방정부의 협력없이는 공허한 구호밖에 되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급진적인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군 및 보수파의 모험주의적 경향을 무력화시켜 달라는 요구를 고르바초프에게 국민의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미 급진개혁파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소브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은 고르바초프에 대한 협력을 개혁파에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국민들은 식량난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지쳐 개혁파들의 고르바초프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지금까지 빵을 보장해준 것이 아니라 「혼란」만을 야기시켜 왔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개혁파는 군부의 정치참여는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스스로 경고하고 있으며 전임 공산당 서기장보다도 막강한 권력을 확보한 「민주주의적 독재자」(슈퍼차르) 고르바초프에게 정책적인 협력을 통해 이익을 확보하는 작전으로 돌아서고 있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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