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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루뚜루" 아기상어 병원 떴다, 19개월 환아 웃게한 간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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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은성씨의 노력으로 지난 3일 평소 좋아하던 '핑크퐁' 아기상어를 만난 19개월 환아. 이 환아의 아버지는 당일 의료진과 더핑크퐁컴퍼니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신촌세브란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은성씨의 노력으로 지난 3일 평소 좋아하던 '핑크퐁' 아기상어를 만난 19개월 환아. 이 환아의 아버지는 당일 의료진과 더핑크퐁컴퍼니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3일 서울 신촌 소재 세브란스 대학병원 회의실. "뚜루루뚜루" '핑크퐁' 아기상어의 공식 주제곡이 울려 퍼지는 순간 아기상어 공연팀이 등장했다.

아기상어 모자와 핑크퐁 티셔츠를 입은 채 이곳에서 대기하던 환아 A양(19개월)은 아기상어를 마주하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치 스타를 만난 팬처럼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심장을 인공적으로 뛰게 하는 심실보조장치를 단 것도 잊은 채 춤을 추고 아기상어와 악수했다.

A양은 평소 아기상어와 핑크퐁 굿즈를 애용해 병원 관계자 사이에서 이들 캐릭터의 '찐팬'으로 통해왔다. 1년 넘게 병원에서 지내며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A양을 위해 담당 간호사 이은성씨는 아기상어 공연팀을 병원으로 불렀다. A양을 위한 '팬미팅'을 준비한 것이다.

아동전문 간호사 이씨는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함께 해 끈끈함과 애틋함이 남다른 A양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며 "아이가 항상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흥이 많다. 붙임성도 좋고 행동을 예쁘게 해 병원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몸에 받는다"고 말했다.

'아기상어 팬' 환아 위한 간호사의 추진력 

병원에 따르면 기약 없이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A양은 생후 7개월 때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았다. 입원 당시 심장이 10%밖에 기능하지 못했다고 한다. A양은 심실보조장치 기계를 달고 1년 2개월 동안 이 병원에서 생활했다.

A양은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밥 먹을 때 항상 아기상어 영상을 본다고 한다. 이 캐릭터가 그려진 양말과 모자도 자주 착용한다. 이씨는 출퇴근길 핑크퐁 아기상어 공연 현수막이 붙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을 지날 때마다 A양을 떠올렸다. A양에게 이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백주년기념관과 A양이 있는 심혈관 병동은 걸어서 1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A양에게는 그 정도의 이동도 허용되지 않아서다.

바퀴 달린 심실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있어 울퉁불퉁한 길을 다닐 수 없는 데다, 전원을 뺄 경우 10분 내로 인공심장이 멈출 위험도 있다. 기계 알람 등 작동음이 워낙 커 현재 병실도 타인과 분리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이씨는 'A양에게 아기상어를 보여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더핑크퐁컴퍼니에 직접 e메일을 보내보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 삶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 A양에게 추억을 선사해주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책임감도 작용했다.

이씨는 "아동전문 간호사이자 중1, 초6 두 아이를 둔 엄마로서 아이들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서 발달에도 관심이 많다"며 "A양 연령대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데 A양은 아무래도 제약이 많지 않나. 그래서 아기상어를 더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일 오전 더핑크퐁컴퍼니에 '백주년기념관과 A양이 있는 곳은 정말 가깝다.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공연 끝나고 잠깐 병원에 들러주시면 감사하겠다. 아이에게 정말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e메일을 썼다고 한다.

몇 시간 뒤 이씨는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회사 관계자가 당일 오후 6시쯤 연락해 흔쾌히 A양을 보러 오겠다고 하더라"며 "선물을 준비할 예정인데 A양 외에 다른 아이들도 있는지, 몇 명이 있는지 묻길래 소아심장병동에 15~16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A양과 아기상어 만남, 어른들이 더 좋아해" 

아기상어 공연팀은 지난 3일 오후 3시 20분쯤 병원을 찾아 1시간 10분가량 머물렀다. A양을 포함해 총 4명의 아이들이 시간차를 두고 아기상어를 만나러 왔다. 감염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뚜루루뚜루'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다. 아기상어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중환자실에 있거나 이동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선물만 전달됐다.

이씨는 "아이들이 막상 아기상어와 마주했을 때 무서워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며 "A양은 아기상어를 보자 반가워하면서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고 손도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A양을 지켜보는 부모님과 직원들이 더 좋아했다"며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어른들이 그 자리에 더 많이 참석한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고 웃었다.

A양 부친, 인터넷에 감사 인사 올려 

A양 부모와 담당 간호사 이은성씨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 A양의 부친이 이를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이씨의 미담이 알려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A양 부모와 담당 간호사 이은성씨가 주고 받은 메시지 내용. A양의 부친이 이를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며 이씨의 미담이 알려졌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이씨의 미담은 공연 당일인 지난 3일 A양의 아버지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알려졌다.

B씨는 "심장 이식 대기가 길어지면서 너무 힘들고 걱정되는 날들이 계속됐는데, 며칠 전 담당 간호사께서 우리 아이가 아기상어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고 공연팀에 연락했다"며 이씨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씨는 메시지에서 "A양이 나중에 커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병원에 있는 기다림이 그냥 힘든 시간만은 아님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서운함도 힘듦도 기쁨의 순간이 될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시고 좋은 생각만 하시라"고 B씨 부부를 위로했다.

B씨는 "다른 사람한텐 별일 아니겠지만, 인공 심장을 달고 있어 밖에 나갈 수 없는 우리 아이를 위해 직접 와주셨다"며 "신촌세브란스 의료진분들, 공연 끝나자마자 힘든데 와주신 아기상어 배우님과 핑크퐁컴퍼니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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