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료 무서워 집 에어컨 못 틀고…폭염 피해 지하철 타는 노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종로3가역 구내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폭염 경보가 발효된 1일 서울 종로3가역 구내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기록한 지난달 31일 정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에선 10여 명의 노인이 푹푹 찌는 날씨 속 팔각정이나 동상·큰 나무가 만든 그늘에 흩어져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인근 종로3가 역사 안 곳곳에서도 노인들이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른 지난달 27일 종로3가역에서 만난 강모(74)씨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집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을 못 틀고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지하철 1~8호선을 이용한 65세 이상 노인은 1468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93만 명보다 약 75만 명 많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에서 폭염을 피하는 노인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4200여 곳에서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에도 폭염을 피한 주민들이 찾아왔다. 중구 S아파트 내부에 설치한 무더위쉼터에선 지난달 31일 주민 3명이 모여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주민들은 “구청이 최신 에어컨까지 사줬다”며 웃었다. 다만 이곳은 입주민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렵다.

관련기사

경로당·아파트 등에서 운영하는 무더위쉼터와 달리 주민센터나 사회복지관 등 공공시설에 설치된 쉼터는 홍보가 부족해서인지 이용률이 낮았다. 31일 방문한 중구 소공동주민센터 입구엔 무더위쉼터 안내판이 붙어 있었지만, 기자가 찾은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가량 쉼터를 이용하려 주민센터를 방문한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쉼터 위치나 개방시간 등 정보를 대중적인 지도 제공 업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카카오 지도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더위쉼터’를 입력하면, 전국에 딱 7개만 검색된다.

한편 서울시는 이달 한 달간 사회복지시설에 7억3500만원의 냉방비를 추가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 지원과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