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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 흙보다 좋은 일 했으면" 4명 살리고 떠난 29살 태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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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장태희(29)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기증자 장태희(29)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2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는 삶의 끝에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5일 뇌사 상태였던 고 장태희(29)씨가 경북대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양측)을 4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31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 5월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장씨의 가족들은 아픔 속에서 간절히 이식을 기다리는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좋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난 후 딸의 몸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

장씨를 다시 볼 수 없기에 기증 결심을 내리기까지 가족 모두 힘들었다. 하지만 장씨가 생명나눔을 실천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보며 “죽으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건데 나도 좋은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그 뜻을 이뤄주고 싶었다고 한다.

경북 칠곡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장씨는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상한 성격이었다. 그림 그리기와 프랑스 자수를 좋아했고 디자인을 전공한 후 가게를 준비 중이었다.

장씨의 어머니 한정예씨는 “사랑하는 딸 태희야, 다음 생애에는 긴 생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겠다“면서 ”아빠, 엄마, 오빠가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잊지 않고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살겠다. 다음 생에 꼭 다시 만나자“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힘든 순간에 또 다른 아픈 이를 위해 기증을 선택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면서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아름다운 생명나눔의 실천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기증자가 영웅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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