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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변호사도 모두 여성? 과연…'바비' 놀래킨 여성감독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방한한 그레타 거윅 감독이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일 방한한 그레타 거윅 감독이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여자도 야망이 있고 재능이 있어요. 아름다움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사람들이 여자는 사랑만 하면 된다고 말하는 데 이골이 나요."
2019년 개봉작 '작은 아씨들' 중 시얼샤로넌이 연기한 둘째 딸 조의 대사. 19세기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동명 원작 소설의 매력을 21세기적 젠더 감수성의 렌즈로 투영시킨 명작이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았던 그레타거윅(39)의 신작은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으니, 영화 '바비'다. 수년 간 여성의 외모를 정형화하는 것으로 비판받았던 바비 인형을 테마로 거윅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이목을 끌고 있다.

영미권 일간지는 물론 롤링스톤ㆍ엘르 등 음악ㆍ패션 전문지까지 앞다퉈 거윅과의 인터뷰를 게재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비'가 막 촬영을 마친 지난 겨울, 신문사의 간판 여성 베테랑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Maureen Dowd)가 직접 거윅을 인터뷰했다.

영화 '작은 아씨들'의 조(시얼샤 로넌)는 작가로 성공한다. [영화사 제공, 중앙포토]

영화 '작은 아씨들'의 조(시얼샤 로넌)는 작가로 성공한다. [영화사 제공, 중앙포토]

거윅 감독이 '바비'를 감독한다는 소식에 바비 인형 제작사인 마텔 역시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달 롤링스톤과 거윅의 인터뷰에 따르면 마텔 임원진도 감독에게 만남을 청했다고 한다. 거윅 감독은 롤링스톤에 "내가 바비에 대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고는 마텔 측도 안심하고 돌아갔다"고 농담 조로 말했다.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 중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 중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바비 인형의 어떤 점이 거윅 감독을 매료시켰을까. 엘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거윅 감독의 어머니는 바비 인형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거윅 감독이 엄마를 조르고 졸라 바비 인형을 손에 넣은 뒤 "친구들은 아무도 인형을 갖고 놀지 않을 때까지 갖고 놀았다"고 한다. 거윅은 엘르에 "바비는 그야말로 플라스틱 그 자체"라며 "절대 변하지 않는, 인간과는 너무도 먼 그 존재에 인간성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 변치 않는 것이 허물어지고 붕괴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거윅 감독이 먼저 '바비'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가디언은 주연 배우 마고 로비가 거윅을 설득해 각본과 감독을 맡게 했다고 전했다. 거윅은 가디언에 "마고에겐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모험심이 있고, 그 점에 끌려 각본부터 작업했는데 이 영화와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금발 9등신 바비 인형 대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바비 인형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금발 9등신 바비 인형 대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바비 인형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거윅이 구성한 '바비 월드'는 그의 어머니 시대의 바비 인형이 아니라, 마텔이 최근 수년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진화시켜온 바비들의 세상이다. 대통령도, 변호사도 모두 여성이 하고, 남성인 켄은 영화의 홍보 문구처럼 "그냥 켄"일뿐이다. 현실 세계의 가부장과는 정반대인 셈. 그런 바비 월드에서 나온 바비가 겪는 우여곡절 스토리가 영화를 구성한다.

거윅은 엘르에 "바비 인형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우리 모두의 인간적인 스토리이기도 하다"며 "바비도 결국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약해도 되고, 괴로워도 된다는 것, 그래도 바비는 바비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의 '바비 월드'는 철저히 여성이 주인공인 세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의 '바비 월드'는 철저히 여성이 주인공인 세계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바비'는 이미 전 세계적 흥행을 예감하고 있다. 틱톡에서만 이 영화를 테마로 한 영상이 10억 뷰를 돌파했고, 온갖 셀럽들은 바비와 핫핑크를 주제로 인스타그램에서 콘텐트를 만들고 있다. 이런 성취를 만들어낸 거윅 감독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았다. 그는 엘르에 불혹이 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80세가 되어 인생을 돌아볼 때 '마흔부터 예순까지 이걸 더 할 수 있었는데'라는 후회를 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NYT는 "배우이자 각본가, 감독까지 이미 거윅을 정의하는 수식어는 차고 넘친다"며 "앞날이 더 기대되는 영화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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