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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위험한 女…"김여정, 오빠 밀어낼수 있다"는 근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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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부부장.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부부장.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 영어권 서점에서 뜨겁게 주목 받는 신간엔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얼굴이 선명하다. 신간 『더 시스터(The Sister)』 얘기다. 외교ㆍ안보 엘리트의 산실,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 스쿨의 이성윤 교수가 쓴 영문 원서로, 제목이 말해주듯 김여정 부부장을 대해부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은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북한 권력지도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 급의 권력을 누려왔다. 그런 김여정에게만 집중해 300쪽이 넘는 책을 글로벌 독자를 위해 펴낸 건 이성윤 교수가 최초다.

이 교수가 가장 편안하게 구사하는 언어인 영어로 쓴 이 책은 지난달 출간 후 미국 뉴욕타임스(NYT)부터 영국 이코노미스트까지 주목하고 있다. 북ㆍ미 정상회담 대표단의 얼굴이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역시 "김여정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호평해왔다고 한다. 그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 사진 본인 제공, 촬영 Alonso Nichols/Tufts University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 사진 본인 제공, 촬영 Alonso Nichols/Tufts University

김여정 부부장에 초점을 뒀다는 착안점이 흥미롭다.      
"김여정은 북한이라는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정치지형에서 권력을 잡은 첫 여성이다. 젊고 스마트하며 가혹한 김여정은 전 세계적으로도 핵을 통해 권력을 쥔 첫 여성 폭군(despotess)이다. 그는 여성이면서 젊다는 특징 때문에 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김여정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극단적으로 비난할 때도, 사람들은 젊고 날씬하며 아름다운 여성이 하는 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안에 내재된 젠더 차별적 성향이 김여정에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성윤 교수의 책 표지. 맥밀란(Macmillan) 출판사

이성윤 교수의 책 표지. 맥밀란(Macmillan) 출판사

김여정 부부장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2018년 겨울올림픽 개막식 당시 그가 방한하면서다. 김여정은 전근대적 절대군주 체제의 범죄자 폭군이었던 이미지에서 탈피해 평양에서 온 매력적인 공주로 변신에 성공했다. 김여정이 갖고 있는 이 상반된 이미지는 현대 정치 인물 중에서도 흥미로운 연구주제다. 언젠가 김여정은 또 한국과 미국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그때 그의 친오빠보다 그가 더 부드러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무구한 오판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그가 속한 절대 왕정의 외교 수단 중 가장 강력한 병기이기 때문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책을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농담이지만,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 내가 자신을 가장 위험하고도 야심찬 인물로 묘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사진이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2018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사진이다. 연합뉴스

김여정과 이(리)설주의 관계도 끊임없는 화두인데.

"김정은과 혼인 관계라는 점에서 이설주 역시 파워가 막강하다는 점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는 '백두혈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2019년 김정은과 김여정이 (백두혈통의 상징인) 백마를 타고 나타났을 때, 백마엔 북한이라는 디스토피아의 상징인 별 다섯 개가 뚜렷이 박혀 있었지만, 이설주의 말엔 별이 없었다. 이설주가 김여정에 대해 질투를 느낄 수는 있겠으나, 그들은 리그 자체가 다르다."  
김여정 부부장이 오빠를 밀어내고 최고 권좌에 앉으리라는 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데.
"추측일뿐이긴 하지만, 불합리한 억측만은 아니라고 본다. 절대왕정에서 암투와 살인은 항상 있어왔다. 북한의 역사 또한 친인척 암살을 포함한 살인으로 점철돼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딸이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있다. 김주애는 결혼을 해도 본인의 성스러운 성인 '김'을 포기할 일이 없을 것이다. 백두혈통이라는 점도 바뀌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왼쪽),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왼쪽),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 사진 연합뉴스

대북 정책에서 유의할 점은.  
"2018년에 특히 그랬지만, 위협적인 이웃(북한)과 잘 지내보고자 하는 한국의 특정 세력 사이에선 '북한이 이번은 다를 거야'라고 믿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천안함 폭침이나 핵 및 미사일 도발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엔 북한의 지도자들을 믿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를 '서울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한국에 반복적으로 최면을 걸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부인 이설주(맨 왼쪽) 및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낸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부인 이설주(맨 왼쪽) 및 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에 올랐다며 조선중앙통신이 낸 사진. 노동신문

미국 외교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우선순위가 점점 밀리고 있는 게 현실인데.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중국과의 갈등 등으로 인해 북한이 우선순위에서 내려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이는 북한에 유리할 따름이다. 북한은 결국 평화협정을 요구할 것이며, 그 협상의 전면에 내세우는 인물은 김여정일 것이다."  
북한 관련 또 다른 계획은.  
"다음 프로젝트는 '평양 플레이북'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북한의 지도자들이 역사적으로 덩샤오핑(鄧小平),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니키타 흐루시초프, 도널드 트럼프 등 다른 지도자들과 어떤 개인적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분석하는 내용이다. 평양을 보다 적극적인 주체로 그리면서 북한이 세계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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