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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인조고기' 즐겼던 영국대사 "찰스3세, 한국에 관심 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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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태극기와 유니언 잭(영국 국기), 찰스3세 부부의 사진 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올해는 양국 수교 140주년이기도 하다. 김경록 기자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지난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태극기와 유니언 잭(영국 국기), 찰스3세 부부의 사진 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올해는 양국 수교 140주년이기도 하다. 김경록 기자

1999년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한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젊은 영국 외교관, 콜린 크룩스. 여왕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고택 한옥 마루에 오르고, 떡이며 국수, 편육 등으로 차린 한국 전통 생일상을 받기까지 매 순간을 막후에서 총괄한 인물이다. 그런 그는 약 사반세기가 흐른 지금, 영국 왕실과 정부를 대표해 한국에 부임한 주한영국대사다. 지난 3일, 그가 서울 중구 정동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 전하를 대표해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찰스 3세 대관식 및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다. 엘리자베스 2세와 찰스 3세 모두의 주요 행사를 직접 지휘한 인물인 된 셈이다.

지난 3일 화창한 봄날 햇살 아래 모인 인파는 수백명. 주한영국대사관의 정원과 19세기 벽돌 건물을 가득 채운 이들 중엔 박진 외교부 장관도 있었다. 박 장관은 이날 "한국과 영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찰스 3세 국왕께서 방한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관식 기념 리셉션 후인 지난 9일 그를 관저로 다시 찾아가 소감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그는 2018~2021년엔 주북영국대사로 평양에서 생활한 특별한 이력도 갖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영국 국왕 대관식 및 수교 140주년 기념 행사에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수백명이 참석했다. [사진 제공 주한영국대사관 홍시원 공보관]

지난 3일 열린 영국 국왕 대관식 및 수교 140주년 기념 행사에 박진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수백명이 참석했다. [사진 제공 주한영국대사관 홍시원 공보관]

찰스 3세 방한은 가능성이 있을까.
확실히 답하긴 어렵지만 성사된다면 양국 관계에 크나큰 선물이 될 것이다. 1992년 왕세자 시절 방한하신 적도 있고, 한반도 이슈와 한국 문화 및 기후변화 대처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관심이 깊으시다.
이번 대관식을 보며 외교관이자 영국 국민으로서 감회가 깊었던 장면은.
모든 순간이 뜻깊었지만, 특히 대교주가 찰스 3세의 머리와 손, 가슴에 성유를 바른 도유식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 부분은 일반엔 공개가 안 됐다. 신과 군주 둘만의 성스러운 순간을 지켜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 의미가 컸다. 그 밖에도 찰스 3세가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쓴 순간, 그리고 다음 군주가 될 윌리엄 왕세자가 충성을 맹세한 장면이 기억에 깊이 남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관식 기념으로 지난 3일 열린 파티도 대성황이었는데.
행사 2주 전부터 일기예보를 체크하지 않은 날이 없다(웃음). 다행히 날씨도 화창했고 박 장관 등 여러 귀빈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셔서 뿌듯하다. 영국을 대표하는 다양한 음식과 문화행사를 준비했는데, 특히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을 대사관저에 투영시킨 미디어 아트와, 한국의 브루어리와 협업한 '대관식 맥주(the Coronation Ale) 등이 호응이 좋아서 기뻤다. 게다가 이번 행사는 대관식뿐 아니라 양국 관계가 140년을 맞이했다는 의미도 컸다.
주한영국대사관은 지난 3일 찰스 3세 대관식 기념 파티에서 유니언 잭에 기반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아래는 관련 영상. 사진 김선미 기자

주한영국대사관은 지난 3일 찰스 3세 대관식 기념 파티에서 유니언 잭에 기반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아래는 관련 영상. 사진 김선미 기자

대관식 기념 파티엔 다양한 영국식 먹거리가 차려졌다. '대관식 맥주'부터 '대관식 샐러드'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사진 제공 주한영국대사관 홍시원 공보관]

대관식 기념 파티엔 다양한 영국식 먹거리가 차려졌다. '대관식 맥주'부터 '대관식 샐러드'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사진 제공 주한영국대사관 홍시원 공보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한 당시 기억은.
지난 3일 찰스 3세 대관식 기념 파티를 열었던 바로 그 정원에서 여왕이 부군인 에든버러 공작과 함께 방한 마지막 행사를 개최하셨는데, 그 주인공은 6ㆍ25 참전 용사들이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운 분들이 한국의 대사관에서, 영국 여왕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격에 겨워하던 모습에 나도 감동을 받았다. 올해는 한ㆍ영 수교 140주년뿐 아니라 6ㆍ25 정전 70주년이기도 하니, 많은 참전 용사분들을 모실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
여왕의 안동 방문도 큰 화제였다.
하회마을을 방문하시면서 진심으로 즐거워하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방문하셨던 봉정사에선 여왕의 49재 추모식을 열어주셔서 직접 다녀오기도 했다. 한국 전통문화에 감동하시는 여왕을 보며 한국 국민께서도 자긍심을 더 가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한국 문화엔 크나큰 저력이 있고, K팝 등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 인기를 끄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1999년 4월 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생일상을 받고 전통청주로 축배를 드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중앙포토

1999년 4월 방한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생일상을 받고 전통청주로 축배를 드는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중앙포토

지난해 2월 부임해서 약 1년이 지났다. 한ㆍ영 관계 증진을 위한 계획은.
팬데믹도 끝나가고 있고 올해 수교 140주년 등 다양한 계기가 많아 더욱 바쁘게 움직일 생각이다. 우선 한국 정부와 협력해서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부터 일찍이 강조해왔던 기후위기 대처 및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과 협력할 계획이다.
북한에서도 일했던 크룩스 대사는 2019년 자신의 트위터에 평양에서 열린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일했던 크룩스 대사는 2019년 자신의 트위터에 평양에서 열린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북한 근무도 했는데. 그리운 것은.
인조고기와 녹두 지짐. 두부를 이용해 고기의 식감을 살린 음식이 인조고기다. 녹두 지짐은 서울에서 먹어도 맛있지만 북 특유의 고소함도 뛰어났다. 북한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이 아주 그립다. 함께 근무했던 북한 사람들도 생각이 난다. 친해지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일단 마음이 통하면 진국인 이들이 많았다.
※한국이지만 한국인은 갈 수 없는 대사관. 그 문을 열고 그 안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리즈, '시크릿 대사관'이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대사관 관련 궁금증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질문 및 제안을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깜짝 선물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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