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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6차례 방문한 40년 외교관…"영어보다 중요" 강조한 이것

중앙일보

입력

저서『어쩌다 외교관』을 펴낸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저서『어쩌다 외교관』을 펴낸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김경록 기자

외교 외길을 반세기 가까이 걸어온 신봉길 한국외교협회 회장이 책을 냈는데, 제목이 의외다. 『어쩌다 외교관』이어서다. 뼛속까지 외교관이 된 그이지만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보낸 어린 시절엔 바다 건너 생활은 막연한 꿈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난 그는 "책걸상도 없어서 마룻바닥에 엎드려 공부하긴 했던 고향에서 나의 인생관 90%는 형성됐다"며 "하지만 더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은 항상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외교의 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순박한 시골 소년이 전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책에 담았다. 그는 "기억이 또렷할 때 후배 외교관들을 위해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며 "일종의 비망록"이라고 표현했다.

외교부 입부 후 그는 노신영 당시 외무장관의 수행비서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돼 피살된 김선일 씨 사건 당시엔 대변인으로 외교부의 입 역할을 했다.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특보 등으로 방북을 6차례 한 경험도 있다. 이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초대 사무총장 등을 거쳐 주인도 대사 등의 요직을 거친 뒤 퇴임, 올해 초 전현직 외교관들의 모임인 한국외교협회장으로 선출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외교부 대변인 시절의 신봉길 한국외교협회 회장. 2004년 이라크 무장 단체에 납치된 김선일 씨 사건 관련 브리핑 후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외교부 대변인 시절의 신봉길 한국외교협회 회장. 2004년 이라크 무장 단체에 납치된 김선일 씨 사건 관련 브리핑 후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에 대해 "나의 필생의 로망,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을 관심과 목표"라고 썼는데.  
"북한을 6차례 방문하면서 북한 주민의 어려운 삶을 보고, 그러면서 말도 정(情)도 통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런 생각을 굳혔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 가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남과 북의 체제가 다르고 서로 비난하지만 우리는 결국 한민족 아닌가. 우리 민족에게 이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백두산도 중국 쪽으로는 여러 번 갔지만, 개마고원을 통해 삼지연으로 올라가는 게 꿈이다."  
방북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남측 경수로기획단이 묵었던 향산호텔의 한 여성 접대원이 '통일이 언제쯤 될 것 같습니까'라고 물었던 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2년 후인) 2002년이었고, 당시 내 답은 이랬다. '빠르면 5년, 늦어도 50년 이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그 접대원이 '제게는 5년도 길다'고 하더라. 북한의 일반 주민도 통일을 바라는 열망이 있다."  
지금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50년 안에는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은 같다. 물론 북한 정세는 워낙 예측을 불허하고, 인권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한민족인만큼 서로 접점을 찾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이 본인의 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신봉길 한국외교협회장이 본인의 저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대 재학 시절엔 학보사 편집국장도 했는데.  
"군사정권이니까 학보사 기자들이 자주 끌려가던 시절이다. 한 번은 중(앙)정(보부)에서 '(주간교수였던) 이홍구 교수(전 국무총리)도 꿇어 앉혀야 한다'고 엄포를 놓더라. 학교에 돌아와 보니 교수님이 걱정하시면서 기다려주고 계셨는데,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럴 테면 그래 보라고 하라'고 말씀하시더라."  
정권에 따라 외교관들의 부침이 심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외교라는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연속성이 중요해서다."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에도 능통한데.  
"영어는 아직도 자신이 없다. 지금도 매일 새벽 일어나 뉴욕타임스(NYT)를 읽으며 표현을 암기하고 공부한다. 잘 쓴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골프보다 더 재미있다(웃음). 하지만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외국어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실력은 더 기본이라는 점이다. 우리말부터 갈고 닦아야 함을 후배 외교관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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