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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양극화…압구정·반포 최고가, 강북은 내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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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4차’ 208㎡(이하 전용면적)가 지난달 말 64억원에 팔렸다. 2021년 1월 기록한 같은 면적 최고가(52억7000만원)보다 11억원 넘게 뛰었다. 2년 반 만에 서울의 30평대 아파트 한 채 값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59㎡는 이달 초에 2021년 10월 최고가보다 2억5500만원 낮은 5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이 많이 내렸던 지난 1월 실거래가(5억1000만~5억3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서울의 집값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최근 강남권 일부 아파트값이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데 반해 강북·도봉구 등의 집값은 정체돼 있어서다. 반등장에서 지역별로 집값이 따로 움직이는 것이다.

1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상위 20%(5분위) 평균 아파트값은 23억9013만원, 하위 20%(1분위) 가격은 5억1155만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20% 평균 가격을 하위 20% 집값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4.7배로, 2020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018년 4월 최고치(5.1배)를 기록한 5분위 배율은 집값이 치솟던 2020~21년 4배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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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영끌족’이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중저가 아파트값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값 하락기에 이은 반등장을 거치며 배율이 다시 올라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의 대형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영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서울 아파트값이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5월 22일 이후 송파구 아파트값은 1.83%(3일 기준) 올랐다. 강남구(0.98%)와 서초구(0.95%)도 1%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도봉(-0.3%)·강북(-0.28%)·강서구(-0.26%)는 하락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개별 단지로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17㎡는 이전 최고가(49억3000만원)보다 1억원 이상 오른 50억5000만원에 지난달 계약됐다. 초고가 아파트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198㎡는 지난 7일 95억원에 팔렸다. 2021년 4월 거래가(55억2000만원)보다 40억원 가까이 올랐다.

반면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101㎡는 2021년 5월 최고가(13억5000만원)를 기록한 뒤 지난 3월 8억7500만원까지 내렸는데, 최근에도 같은 가격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이후 정부가 꺼낸 규제 완화 영향이 크다고 본다. 15억원 넘는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이 허용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최고세율 75%)가 내년 5월까지 유예된 것이 강남 주택시장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한강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재개발·재건축 계획도 한몫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강남 등 고가 지역 위주로 수요 증대 요인이 생긴 데 반해 서민·중산층이 많은 강북권에선 고금리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에 매수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전망은 엇갈린다. 윤지해 팀장은 “집값 격차가 커지면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단지를 매수하면서 격차를 메운다”며 “서울 집값 양극화가 계속 심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강북권은 저가 매물 위주로 소진되지만, 강남은 호가가 그대로 거래로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집값 격차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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