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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37조 무역적자…하반기도 낙관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부산항 일대가 짙은 안개 속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부산항 일대가 짙은 안개 속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8개월 연속 수출 감소의 늪에 빠진 국내 무역 상황이 서서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부진한 수출이 한동안 바닥을 다진 뒤 4분기 이후에나 반등하는 ‘U자형’ 회복세가 유력해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28일 “올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227억 달러(약 422조원), 수입은 12.4% 감소한 3239억 달러(약 423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수출입 전망치를 내놨다. 하반기 무역수지 예상치는 12억 달러(약 1조5000억원) 적자로, 상반기 무역수지 추정치인 283억 달러(약 37조원) 적자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반기 적자 폭 감소…‘U자형’ 반등할 듯”

이달 20일까지 집계한 이달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해 5.3% 늘며 9개월 만에 감소 행진을 일단 멈춘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무역협회는 “하반기에도 소폭의 무역적자가 예상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빠르게 줄어 적자 폭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의 경우 올 4분기부터는 수요 회복이 시작되며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효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가격 낙폭이 축소되는 등 전반적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 업황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그동안 ‘수출 효자’ 품목이었던 자동차는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석유제품과 일반기계, 석유화학 등 나머지 수출 주력 품목에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반등 효과는 한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對)중국 흑자 시대는 끝났다” 

특히 올해 들어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선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앞으로도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2018년 556억 달러(약 73조원) 흑자를 냈던 대중국 무역 수지는 올해 5월까지 118억 달러(약 15조원)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때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던 중국이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돌변한 상황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무역협회는 그동안 반도체 수출 호황에 가려져 있던 중국의 자급률 상승 흐름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5년 동안 중국은 석유화학과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의 상당수 중간재를 자급,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이미 2021년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최근 2차전지와 핵심 소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무역적자 폭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2차전지에 사용되는 16개 원료·소재 중 10개 품목에서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2차전지 원료·소재의 대중국 무역적자만 35억7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에 달했다. 영구자석, 희토류 등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는 80%를 넘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은 “이제 중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산업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중국을 상대로 흑자 무역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수출 성적 세계 6위 → 8위

한편 우리나라 수출 성적은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올 1분기 전 세계 수출 순위에서도 지난해 6위에서 8위로 2단계 하락했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무역 성적표는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수출 품목과 주요 판매처를 다변화하지 못한다면 지속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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