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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아들에 잠수정 양보했는데…" 남편·아들 잃은 女 비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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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다우드는 남편과 아들이 잠수정에 탑승한 지 96시간이 지났을 때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사진 BBC 화면 캡처

크리스틴 다우드는 남편과 아들이 잠수정에 탑승한 지 96시간이 지났을 때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사진 BBC 화면 캡처

북대서양 해저 4000m 아래로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보러 갔던 잠수정 ‘타이탄’의 침몰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여성이 “아들이 정말 가고 싶어했기에” 자신의 자리를 양보했다고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에 말했다.

최근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은 파키스탄 부호 샤자다다우드(48)의 아내이자 술레만다우드(19)의 어머니인 크리스틴은 BBC와 참사 후 첫 인터뷰를 갖고 원래 자신이 잠수정에 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타이탄호를 타는 여행은 당초 팬더믹 이전에 계획됐으며, 당시 아들 술레만은 동행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 않아 실망했다고 크리스틴은 전했다.

그러나 팬데믹 끝난 후 잠수함 관광이 재개됐고, 아들이 가고 싶어 한다는 건 알았기에 탑승 기회를 양보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 질문은 건너뛰죠”라고 답했다.

그는 “남편과 아들이 너무나 신이 나 있었다”며 “술레만은 심해에서 루빅스 큐브 세계신기록을 깨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은 아들이 정육면체의 각 면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루빅 큐브’ 놀이를 좋아했고, 이것을 어디든 가지고 다니면서 12초 안에 풀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이 해저 3700m에서 루빅 큐브를 풀어 세계기록을 깨려고 기네스북에 사전 신청도 했다”며 “남편은 그런 아들을 기록하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잠수정에 올랐다”고 말했다.

크리스틴의 가족은 일생일대의 여행을 기대하며 지난 18일(아버지의 날) 타이탄호 지원 선박인 폴라프린스호에 탑승했다.

타이탄호와의 통신이 두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크리스틴은 딸 알리나(17)와 함께 여전히 폴라프린스호에 승선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처음 그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올라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지만, 10시간 정도가 지나자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다고 한다. 크리스틴은 “수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만이 당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은 이후 끊임없이 바다의 표면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으며, 남편과 아들이 잠수정에 탑승한 지 96시간이 흘렀을 때 ‘희망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딸 알리나는 잠수정의 파편이 발견됐다는 통보를 받기 전까지도 살아돌아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크리스틴과 딸 알리나는 술래만을 기리기 위해 루빅 큐브를 배우기로 약속했다. 또 남편이 하던 자선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BBC에 전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샤자다다우드는 파키스탄의 최대 식품·비료기업인 엔그로 홀딩스 부회장이다.

샤자다의 누나는 지난 22일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동생은 어릴 때부터 1958년 영화 ‘타이타닉호의 비극’을 여러 번 봤을 정도로 타이타닉에 집착했다”며 “조카 술레만은 탐사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무서워했다. 하지만 (조카는) ‘아버지의 날’을 맞아 아버지를 기쁘게 해주려 동반 탑승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타이타닉호를 관광하기 위해 잠수했다 실종된 ‘타이탄’ 잠수정. 로이터]  FILE PHOTO: The Titan submersible, operated by OceanGate Expeditions to explore the wreckage of the sunken SS Titanic off the coast of Newfoundland, dives in an undated photograph. [로이터]

지난 18일 타이타닉호를 관광하기 위해 잠수했다 실종된 ‘타이탄’ 잠수정. 로이터] FILE PHOTO: The Titan submersible, operated by OceanGate Expeditions to explore the wreckage of the sunken SS Titanic off the coast of Newfoundland, dives in an undated photograph. [로이터]

지난 18일 심해 잠수를 시작한 타이탄호는 잠수 시작 1시간 45분만에 연락이 두절됐고, 나흘 뒤인 22일 미국 해안경비대는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해안경비대는 타이타닉호 뱃머리 인근 해저 1600피트(약 488m)에서 테일콘(기체 꼬리 부분의 원뿔형 구조물) 등 타이탄 잔해물 5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타이탄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잠수정은 수중 내파(內破·강력한 외부 수압에 의해 잠수정이 안쪽으로 급속히 붕괴하며 파괴되는 현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타이탄에는 운영사인 오션게이트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61) 최고경영자(CEO), 영국 국적의 억만장자 해미시하딩(58),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술레만(19), 프랑스 해양 전문가 폴 앙리 나르젤렛(77)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미 해안경비대는 탑승자와 잠수정을 회수하기 위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시신이 수습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미 해안경비대 관계자는 이날 시신 발견 가능성에 대해 “저 아래 해저는 엄청나게 힘든 환경이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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