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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비 하루 15만원…전년비 11% 급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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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홈쇼핑 텔레마케터인 A씨(50)는 집에서 ‘콜’을 받으면서 남편(56)을 돌보고 있다. 지난 4월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으면서다. A씨는 식사 준비나 간호는 물론 밤새 남편을 챙기느라 체력적으로 고되지만 하루 15만원가량의 간병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직접 간병하기로 했다. 남편의 벌이는 투병을 시작하면서 끊긴 상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간병인을 고용하는 데 필요한 간병비 물가가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간병도우미료는 1년 전보다 11.4% 상승했다. 개인서비스(외식 제외)를 구성하는 77개 품목 중 상승 폭이 5위다. 간병도우미료는 앞서 4월에도 전년 대비 11.7% 올랐다. 상승률이 10%를 웃돈 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5년을 살펴봐도 간병도우미료 상승률은 37.7%로 77개 품목에서 상승 폭 2위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한국은 가파른 고령화를 겪으면서 간병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외국인 간병인이 줄었다. 간병인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데다 교통비·식사비 등이 전반적으로 오른 점도 간병비 상승을 부추겼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하루 7만~9만원 하던 간병비가 이제 12만~15만원 수준이다.

목욕비 14% 운동경기관람료 12%, 1년새 서비스물가 줄줄이 상승

와상 환자인 어머니를 3년째 돌보고 있는 신모(40대·여)씨는 “격주로 유급휴가, 명절 때마다 수고비 등을 간병인에게 꼬박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실제 나가는 돈은 더 많다”고 전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보건의료노조가 간병 경험자 1000명에게 실시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5.2%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간병비 부담’을 꼽았다. 본인이나 가족이 입원했을 때 ‘간병인을 구했다’는 응답은 53.4%, ‘가족이 간병했다’는 응답은 46.6%였다.

간병 경험자들이 적정하다고 느끼는 비용과 실제 부담한 비용의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절반(49.3%)은 간병비로 ‘하루 5만원 미만’이 적합하다고 봤지만, 10명 중 4명(40.8%)은 ‘하루 11만원 이상’을 썼다고 답했다.

그러다 보니 통상 300만~500만원가량 들어가는 간병 서비스가 ‘고비용 저품질’이라는 불만이 환자와 가족 사이에서 나온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B씨(30대)는 “한 달에 간병비로 500만원을 쓰는데 서비스의 질은 간병인마다 운에 맡겨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뇌출혈로 1년째 입원 중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사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정점(6.3%)을 찍고 지난달엔 3.3%를 기록했다. 서비스 물가는 이런 흐름과 역행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16개 개인서비스 품목 중 108개가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을 제외한 77개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4.7% 상승했다. 특히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중 8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목욕료가 14.1% 오르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보험서비스료(13%), 찜질방이용료(12.4%), 운동경기관람료(11.7%)가 뒤를 이었다. 목욕·찜질방·세탁 등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플레이션’(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결국 서비스 가격이 물가 안정의 ‘마지막 뇌관’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원자재·석유류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가공식품→외식→인력 서비스 순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각종 돌봄 서비스처럼 인건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서비스는 구인난까지 겹쳐 가격이 올랐다”며 “이 분야에 노동 공급을 늘리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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