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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구독경제 10곳 중 3곳 ‘매출 0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오후 지방의 한 지역협동조합 온라인몰 내 '정기구독상품' 모습. 삼색나물, 구운계란 30구 등 ‘정기구독상품’ 란에 제품 209개가 등록돼 있었지만 모두 ‘품절’로 떠 있다. 실제 판매가 완료된 게 아니라 운영이 중단돼서다. 하지만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도 없었다. 사진 A지역 협동조합 온라인몰 캡처

21일 오후 지방의 한 지역협동조합 온라인몰 내 '정기구독상품' 모습. 삼색나물, 구운계란 30구 등 ‘정기구독상품’ 란에 제품 209개가 등록돼 있었지만 모두 ‘품절’로 떠 있다. 실제 판매가 완료된 게 아니라 운영이 중단돼서다. 하지만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도 없었다. 사진 A지역 협동조합 온라인몰 캡처

21일 오후 지방의 한 협동조합 온라인몰. 삼색나물이나 구운계란, 모둠순대 등 ‘정기구독’ 카테고리에 등록된 상품 209개는 모두 ‘품절’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홈페이지에 적힌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더니 “당분간 수신이 정지됐다”는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이 협동조합몰은 정부 지원을 받아 구매자가 원하는 농축수산식품을 정기배송해주는 ‘구독 사업’을 해왔으나 지난해 5개월간 매출이 30만원에 그친 뒤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처럼 정부가 2021년부터 추진해온 소상공인 구독경제 지원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중앙일보가 입수한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 구독경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 지원을 받아 지방자치단체나 협동조합 온라인몰 등에서 구독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소상공업체 1377곳 중 452곳(32.8%)의 지난해 매출은 ‘0원’이었다. 430곳(31.2%) 매출은 1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10곳 중 6곳은 매출이 없거나 100만원 이하였던 셈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구독경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거래 유형이다. 최근 식음료나 출판, 화장품,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이용할 수 있고, 기업은 소비자를 묶어두고(록인·lock-in) 안정적 수입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런 기대 효과에 착안해 2021년 8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2022년까지 3000명의 소상공인이 구독경제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소상공인 구독경제 추진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예산 52억원이 투입됐고, 올해엔 50억원이 잡혀 있는 상태다. 담당 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강원·경남·경북·인천·전주·제주 등 지자체몰과 협동조합몰, 오아시스·티몬·위메프·인터파크·프레시지·SSG 등 19개 몰과 업무 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일부 민간기업과 제휴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부진하다. 지난해 지자체몰과 협동조합몰에서 올린 매출은 각각 17억원, 3억원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6~12월 오아시스·티몬 등에서 소상공인 구독 사업으로 13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체면치레를 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자체몰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원한 A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 효과는 거의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지역몰에서) 업주인 저도 모르게 가격 할인을 할 때도 있더라”며 “이렇게 가격 혼동이 생기면서 고객들이 할인할 때만 주문하는 역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측은 이에 대해 “소비자가 구독할 수 있는 상품 선정이 어렵고, 아직 정기구독 소비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우선적으로 고정비 지출을 줄이다 보니 소상공인 매출 역시 저조하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구독경제 사업이 이렇게 좌충우돌하는 동안, 대기업·중견기업이 주도하는 구독경제는 급성장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40조원을 넘었고, 2025년 1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소상공인 구독경제 사업 제품들. 왼쪽부터 요거트, 자연방사유정란, 닭갈비 떡과 야채 꾸러미. 사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 구독경제 사업 제품들. 왼쪽부터 요거트, 자연방사유정란, 닭갈비 떡과 야채 꾸러미. 사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 구독 상품의 고객들을 묶어두는 ‘록인 효과’를 높이려면 정부 지원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기업유통센터 측은 “소비자 접근성을 강화하는 한편 단순 정기배송 형태를 넘어 무제한 이용형 등 회원제 구독을 시범 추진하고 민간 등 협업 채널 링크 연계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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