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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버텼는데…최후 보루 '노란우산' 깨는 사장님 매달 1만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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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거리에 중고 주방기구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거리에 중고 주방기구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에서 황태 전문식당을 운영하는 유귀자(59)씨는 최근 25개였던 매장 테이블을 20개로 줄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격탄이었다. 유씨는 정직원 4명을 절반으로 줄이고, 바쁠 때만 하루 13만원을 주고 일당제 직원을 부르고 있다.

유씨는 2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여기에 황태·더덕 등 주요 식재료값이 30%가량 올랐고, 식당 임차료도 올해 들어 월 30만~40만원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이달 들어 손님이 부쩍 줄었다”며 “코로나19도 버텼는데 요즘 같아서는 폐업도 고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폐업 전문 업체 ‘더드림’에도 최근 폐업 문의가 부쩍 늘었다. 이 업체 이세은 대표는 “한 달에 폐업 철거하러 가는 곳만 10~15군데”라며 “하루건너 하나꼴인데, 문의는 훨씬 더 많이 온다”고 전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폐업 문의가 가장 많았던 코로나19 기간과 비슷한 정도다. 최근에는 개인 카페와 한식당의 폐업 철거가 특히 많다고 한다.

이처럼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영업장 문을 닫는 사례가 늘면서 중소기업중앙회가 운영하는 ‘노란우산’의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과 공공요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들이 ‘사면초가’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가 4만8000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1.3% 폭증했다. 매달 1만 명 가까이가 폐업을 하는 셈이다. 지급액도 5549억원으로 66.4% 늘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2007년 도입된 노란우산은 소상공인·소기업이 폐업이나 노령 등으로 생계 위협을 받지 않도록 평소에 일정 금액을 적립해뒀다가 복리이자 및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은행 대출이 연체되거나 국세를 체납해도 압류되지 않는다. 퇴직금이 없는 소기업·소상공인에게 사실상 최후의 보루와 같은 자금인 셈이다.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지난 2019년 7만5000건에서 코로나19 사태 와중인 2021년 9만5000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4만8000건이 넘은 만큼, 현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지급 건수는 10만 건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지난해 968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지급액은 1~5월 5549억원으로, 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면서 은행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자 소득 수준별 대출 잔액·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코로나19로 유동성 문제를 겪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말 종료되는 것도 악재다. 대출 만기는 2025년 9월 말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상환 유예는 올해 9월 말 추가 연장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이 밖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추진, 최저임금 인상 등도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소상공인 단체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제 시행과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업종별 차등제 적용, 외국인 인력 일반 고용 허가제 외식 업종 범위 확대, 서민경제 활성화 대책 등을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21일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지회장단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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