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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폐경의 달] 그녀 달력에서 '그 날'이 없어졌을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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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 80대, 30년 이상의 긴 폐경기'.

21세기 한국 여성의 현주소다.폐경을 단순하게 보면 생리가 없어지는 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여성의 몸은 폐경을 분수령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호르몬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갱년기 증상이 그것이다. 아직 현대의학으로 폐경을 막을 순 없다.하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폐경기 증상은 치료할 수 있다. '폐경의 달'인 11월을 맞아 여성들이 건강하고 활기찬 중.노년기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폐경기 증상="회의 도중에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르고 식은 땀이 나 동료.후배 보기 민망하다"며 병원을 찾은 M씨(49).평소 차분한 성격이었던 그녀는 근래 스스로 생각해도 놀랄 만큼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별 일 아닌데도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을 잘하고 최근 부쩍 밤잠을 설치는 날도 많다고 했다.그래선지 기억력.집중력도 떨어졌고 기분도 울적해 '혹시 나쁜 병에 걸렸나'싶은 불안감도 자주 찾아왔다.

담당의사가 M씨에게 내린 진단은 폐경기 증후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10분의 1 이하로 급속히 떨어지면서 안면홍조.불면증.초조.골다공증.성교통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이중 자각증상은 없지만 가장 문제되는 증상은 골다공증.조금만 다쳐도 쉽게 골절이 생겨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최영민 교수는 "65세 이상의 할머니 세명 중 한 명은 척추골절을 일으키며, 대퇴골(허벅지 뼈) 골절 환자의 15%는 폐렴, 폐동맥이 막히는 폐동맥 색전증 등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한다.

◇폐경기 극복=우선 폐경기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해지면서 평소 없던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호르몬.골다공증 등 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 결과 폐경기 증후군으로 확인되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료법은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호르몬 대체요법. 안면홍조.불면증 등 각종 증상이 투약 후 한달 이내에 곧 호전된다. 물론 약을 끊으면 증상이 재발하므로 2~3년은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호르몬 치료에 대한 부작용과 거부감이다. 특히 작년 미국에서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유방암.성인 심장병.뇌졸중.혈액응고 질환 등이 1만 명당 10명 정도로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또 간기능 장애.혈전증 등으로 처음부터 호르몬 치료가 어려운 환자도 있다.

단국대병원 산부인과 진건 교수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폐경기 치료는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다"며 "호르몬 제제도 종류.용량.기간.방법 등을 조절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합성 호르몬,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비(非)호르몬 제제 등 다양한 치료법을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처방받으면 된다"고 말한다.예컨대 질 건조증 치료를 위해 에스토로겐 질정을 사용할 수 있으며 성생활 자체만을 위해선 젤리도 도움이 된다.

자연에서 얻는 승마와 같은 식물로 갱년기 증상을 줄여주는 비호르몬 요법이 에스트로겐 사용을 상당수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경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생각하는 적극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폐경기는 자녀가 독립하는 시점.따라서 결혼 후 가정에 매였던 여성들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돌보고 가꾸기에 가장 좋은 때인 셈이다.

◇30대부터 준비하자=폐경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두석 교수는 "여성호르몬을 생산하는 난소기능은 35세부터 감퇴해 40세부터 눈에 띄게 떨어진다"면서 "30대 중반부터 폐경기에 적극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우선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비타민 등 뼈를 튼튼하게 하는 음식을 즐겨 먹고 술.커피.짠 음식.동물성 지방.흡연 등은 삼가야 한다. 특히 콩.어패류.우유.채소.과일 등은 매일 섭취해야 한다.또 속보.자전거 등 무릎에 무게가 실리는 유산소 운동과 아령 등을 사용한 근력강화 운동을 이틀에 한번은 하는 게 좋다.

글=황세희 전문기자.의사,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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