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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가격 인하 권고…라면업계 “다각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9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9일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장을 보러온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발언에 국내 라면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라면업체들은 줄지어 가격을 인상했다. 농심은 지난해 9월 '신라면'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10월엔 팔도와 오뚜기도 가격을 각각 9.8%, 11.0%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불닭볶음면’ 등의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업체들은 당시 밀가루·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뿐 아니라 물류비·인건비 등 생산 비용이 증가해 불가피하게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고 밝혔다.

라면 업계는 추 부총리의 발언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t당 419달러로 치솟았고 올해 2월 t당 276달러로 떨어졌다. 선물 가격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은 내렸어도 밀가루(제분) 가격이 내려간 것 아니고, 전분·설탕 등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은 계속돼 어려운 점 있다. 2010년 가격 인하 상황은 유가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내려갔던 상황이다. 현재는 일부 내려도, 일부 오르는 혼재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라면 가격 인하 계획은 없지만 국민 부담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심과 오뚜기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이 급증했다. 농심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6.4%, 47.3%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16.9%, 85.8% 늘었다. 오뚜기의 작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9%, 27.6% 증가했고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4%, 10.74% 늘었다. 삼양식품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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