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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여전한데…최근 급증하는 러시아 등 'CIS' 수출, 왜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코바 시내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코바 시내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국내 수출 전선이 8개월 연속 역성장으로 잔뜩 찌푸린 가운데, 연초까지 부진하던 러시아- CIS(독립국가연합)로의 수출이 '나홀로'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도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우회·병행 수출 등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관세청·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대(對) 러시아 및 CIS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3.9%, 78.8% 급증했다. 주요 수출 지역 중 몇 안 되는 '플러스'(+) 성장이자 최대 증가 폭이다. -15.2%를 찍은 전체 수출 증감률과도 대비된다.

올해 초까지 감소하던 이들 지역으로의 수출은 3월부터 수십~수백% 성장세로 전환됐다. 여기엔 러·우 전쟁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월부터 전쟁 여파가 본격화하며 수출이 흔들렸고, 올해 들어 점차 회복되면서 그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다만 CIS 수출 급증 배경을 단순히 기저효과만으로 보긴 어렵다. 전쟁이 1년 넘게 출구 없이 이어지는 데다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 등이 여전해서다. 올 1~5월 CIS로의 수출액은 57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뿐 아니라 전쟁 전인 2021년 1~5월(50억9000만 달러)까지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후 시장 철수·거래 중단 등으로 대러 무역 통로가 좁아진 상황에서 러시아 인접국 등을 통한 우회·병행 수출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올 들어 CIS 국가 중 카자흐스탄(76.4%), 키르기스스탄(509.2%)의 수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두 곳은 2015년 러시아 중심으로 출범한 경제 공동체인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참여국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러시아의 수출 증가율은 16.3%로 이들보다 낮은 편이다.

정민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팀장은 "올해 들어 CIS 국가들의 대 한국 수입 수요가 갑자기 늘었다기보단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카자흐스탄 등을 통한 우회·병행 수출이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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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국가로의 주요 수출품은 대러 제재와 직결된 첨단제품 대신 기계나 자동차·화장품을 비롯한 소비재 비중이 높다. 올 1~5월 카자흐스탄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비누·치약 및 화장품, 건설·광산 기계 등이었다. 키르기스스탄도 순위만 다를 뿐 비슷한 양상이다.

주요 제품의 수출액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대 키르기스스탄 자동차 수출액이 1년 전보다 1514.4% 뛰거나, 카자흐스탄으로 수출된 비누·치약 및 화장품이 같은 기간 82.7% 늘어난 식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도 이번 달 카자흐스탄에서 CIS 지역을 겨냥한 소비재 수출 상담회, 판촉 전시회 등을 진행하고 나섰다.

대 러시아 수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부 수요가 많은 운반하역기계·건설 중장비·화장품 위주로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신차보다 가격이 낮고 제재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중고차도 인기다. 올 1~5월 대러 중고 승용차 수출액은 3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85% 급증했다.

지난12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12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천연자원이 많은 러시아 등에서의 수입액은 이전 대비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바닥을 찍고 올라온 수출과는 다른 기류다. 러시아발(發) 리스크에 직면한 기업들이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수입선을 다변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최근엔 가격이 싼 석탄이나 한국과 가까운 극동 지역에서 들어오는 품목 위주로만 수입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등 CIS로의 수출은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률도 지난해 -2.1%로 뒷걸음질 쳤지만, 올해는 0%대 안팎으로 반등할 거란 예측이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서 나왔다. CIS 지역이 미국·중국·유럽연합(EU) 같은 주요 시장보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지만, 무역 개선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민현 팀장은 "러시아 지역은 인적 네트워크 등이 중요한데 한 번 끊어지면 복원하기 어렵다. 소비재 등의 수출을 꾸준히 이어가는 한편, 중앙아시아의 CIS 국가들을 지렛대로 협력 기반도 닦아놔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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