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반론 실어줄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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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언론매체를 상대로 한 반론 제도는 반론보도 청구 내용의 진실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론보도를 요구하는 사람이 거짓말하는 내용까지 반론으로 실어줄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23일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됐던 여운환(52)씨가 "이용호씨로부터 수십억원을 받거나 이씨를 속여 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며 중앙일보 등을 상대로 낸 반론보도 심판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반론보도 청구권은 헌법에 근거한 권리로 가능한 한 그 실현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지만 반론보도 청구인이 청구 내용이 허위인 줄 알면서도 청구하는 경우는 이 권리를 남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한 정당한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반론 제도가 본래 반론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이어서 허위 반론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더라도 청구인에게 거짓말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씨가 삼애인더스의 해외전환사채 발행과 관련, 이용호씨로부터 로비 자금으로 10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 대법원이 2003년 7월 유죄 판결을 내린 점을 지적하며 "원심은 여씨가 청구한 내용이 허위인지, 여씨가 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심리해 청구권 행사를 배척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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