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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에 'AI 의심 바이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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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북 익산시 함열읍의 한 종계사육농장에서 23일 조류인플루엔자로 의심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전북도 축산진흥연구소.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위해 사육농장으로 향하고 있다. 익산=신동연 기자

23일 오후 3시 전북 익산시 함열읍 석매리 매교마을. 방역 차량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의심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모(56)씨의 양계장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지키고 통과하는 차량을 소독하느라 분주하다. 농장에서 500m쯤 떨어진 곳에는 임시 초소가 들어섰고 가운과 마스크를 착용한 방역요원 10여 명이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한다"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씨는 전화 통화에서 "2년 전 양계를 시작해 2개 계사(鷄舍)에서 종계(알 낳는 닭) 1만3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며 "올해 재미 좀 보나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힘없이 말했다. 이씨는 19일 닭 19마리가 죽은 것을 시작으로 4일간 모두 6000여 마리가 폐사하자 22일 죽은 닭을 비닐봉지에 담아 직접 안양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찾아갔다. 25일 검사 결과가 진성 AI로 나오면 이씨는 닭을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이씨 농장 주변의 양계농가 주민들도 불안에 떨기는 마찬가지다. 이씨 농장과 400m 떨어진 곳에서 삼계탕용 닭 7만 마리를 키우는 이모(62)씨는 "부화한 지 2주밖에 안 된 병아리들이 감염될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익산시 함열읍, 삼기.낭산.망성면에서는 440여 농가가 520여만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의사(疑似) AI가 발견됨에 따라 전북.충남 지역의 양계 농가와 관련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전북도는 이씨 농장에서 부화한 계란이 공급된 부화장 2곳을 폐쇄하는 한편 반경 3km 이내를 위험지역으로 설정, 가축과 차량의 이동을 막고 있다.

농민과 업계 관계자들은 닭 사육.가공의 중심지인 익산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에 우려하고 있다. 이씨 농장에서 10㎞쯤 떨어진 망성면 어량리에는 국내 최대 닭고기 업체인 ㈜하림 본사가 있다.

이 회사는 하루 30만~35만 마리의 닭을 가공.생산해 국내 생닭 시장에 22%를 공급하고 있다. 2003년 AI 파동 때에 매출이 70% 이상 감소하는 피해를 보았다.

세계적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과 가까운 충남 서산시는 23일부터 공무원 20여 명을 가금류 사육 농가로 보내 매일 한 차례 이상 징후를 관찰하도록 했다.

농림부.보건복지부는 이번 바이러스가 감염 조류에 접촉한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밀 역학검사에 들어가는 한편 바이러스 억제제를 긴급 투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씨 농장에 사육 중인 7000여 마리도 살처분하고, 고병원성으로 확인되면 반경 500m 안에 있는 25만 마리도 살처분하기로 했다.

한편 농림부 관계자는 "평택에서도 닭이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조사중"이라며 "아직 의사 AI라고 단정할 수 없고 확률도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익산=장대석 기자, 서울=김동호 기자<<dsjang@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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