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임 국방, 권력으로부터 군을 보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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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장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오늘 국방부 장관에 취임한다. 그의 앞길에는 우리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중대한 국방과제들이 널려 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할 전력보강, 전시작전통제권, 이라크 철군 등이다.

이런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김 장관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는 심각하게 손상된 국방 기강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 정권은 군이 당연히 판단하고 대응해야 할 전문영역을 수시로 유린했다. '핵우산 제공'을 삭제하자고 미국에 제의했다. 북한군의 서해북방한계선(NLL) 침범 때는 이를 잘 막은 데에는 눈을 감고 '보고를 즉시 안 했다'는 이유로 '통수권 침해'니 하며 과잉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NLL을 협상대상에 포함시키려고까지 했다.

'북한 자극 불가'만 외쳐온 이 정권의 탓이 가장 크다. 그러나 정권의 이런 무지몽매한 행태를 수수방관해 온 군 수뇌부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전임 국방장관은 한 술 더 떠 권력 입맛 맞추기에 바빴다. 안보에 관해선 군의 독자적 분석과 판단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권력 차원의 엉뚱한 소음이 들어가면 군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이는 정책이나 인사 등 모든 면에서 마찬가지다. 김 장관은 이런 점에 유념, 군이 전문성 있는 집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직을 걸어야 한다.

둘째는 흐트러진 한.미 군사유대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한.미 관계에서 암초가 나타났을 때 이를 풀어 온 것은 양국 국방라인이었다.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미국에서 한국 지원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낸 곳은 국방부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들어 이런 끈끈한 관계는 사라졌다. 왜 이렇게 된지는 장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이런 다짐이 말로만 그치지 않기를 정말 바란다. 안보는 정권 차원을 넘어선 국가의 기둥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