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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 장군 널리 알려달라"...칠곡군수 놀라게 한 중학생 민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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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북 칠곡군 장곡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동준군과 친구들이 학원 수업이 끝난 늦은 저녁에 모여 김재욱 칠곡군수에게 보낼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워커 장군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지난 7일 경북 칠곡군 장곡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동준군과 친구들이 학원 수업이 끝난 늦은 저녁에 모여 김재욱 칠곡군수에게 보낼 장문의 글을 작성하고 워커 장군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칠곡군

“워커 장군을 기억해 주세요.”

경북 칠곡군 중학생들이 6·25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미8군 사령관 윌턴 해리스 워커(Walton. H. Walker, 1889~1950) 장군을 널리 알려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주인공은 칠곡군 석적읍 장곡중학교 재학생 10여 명이다. 이들은 지난 7일 칠곡군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 코너에 긴 글을 남겼다.

6·25 전쟁 당시 전 국토의 90%가 점령당하고 우리 영토가 10%밖에 남지 않은 절체절명 위기에서 ‘워커 라인(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해 북한군을 막아낸 워커 장군을 전국에 있는 또래 청소년에게 알려 달라는 민원이었다.

이번 민원을 낸 계기는 장곡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준(16)군이 과제 중 워커 장군 얘기를 읽고서다. 김군은 워커 장군이 남긴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한국을 지키겠다. 후퇴란 없으며 사수하느냐 죽느냐 선택만이 남았다”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군은 워커 장군 활약상을 또래 친구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태어나 처음으로 군청에 민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1950년 미 8군 사령관 시절의 월튼 워커 장군. 1950년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진 미국 육군역사재단

1950년 미 8군 사령관 시절의 월튼 워커 장군. 1950년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진 미국 육군역사재단

김군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학교 친구들에게도 워커 장군 이야기를 전했고, 친구들 역시 김군과 뜻을 함께했다. 김군과 친구들은 학원 수업이 끝난 낮은 저녁에 모여 스케치북에 민원을 알록달록한 글자로 그렸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김재욱 칠곡군수님 워커 장군을 기억하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우리가 사는 칠곡군에서 전쟁을 치르고 낙동강을 지켜낸 사람은 워커 장군인데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교과서에도 워커 장군 이야기는 없다. 초·중·고 학생들이 꼭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민원을 접한 김재욱 군수는 글과 사진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려 학생들의 사연을 공유했다. 김 군수는 “중학생이 보낸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민원을 소개한다”며 “학생들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낙동강의 영웅인 워커 장군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화답했다.

한편 워커 장군은 미국 텍사스 출신으로 미 육사를 졸업하고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6·25 당시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고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9·28 서울 수복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1950년 12월 함께 참전 중이던 아들 샘 워커 대위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서울 도봉구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2017년 4월 25일 미8군 사령부가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에서 워커장군 동상 이전에 따른 사전 행사를 열었다. 왼쪽부터 토머스 밴달 주한 당 미 8군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 백선엽 예비역 대장 등 관계자들이 워커장군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7년 4월 25일 미8군 사령부가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에서 워커장군 동상 이전에 따른 사전 행사를 열었다. 왼쪽부터 토머스 밴달 주한 당 미 8군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 백선엽 예비역 대장 등 관계자들이 워커장군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내 곳곳에 워커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용산 주한미군의 제8군 사령부 영내에는 워커 장군 동상이 세워져 있고, 서울 지하철 1호선 도봉역 2번 출구 건너편에 그를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워커힐 호텔과 워커힐 아파트 등에 들어가는 ‘워커힐’도 워커 장군을 기려 지어진 이름이다. 대구시에 있는 미군부대 ‘캠프 워커’도 그의 이름을 딴 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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