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보리 불쾌" 발끈한 김여정…北 "사전 통보 없이 발사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4일 담화를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자신들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논의한 것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며 이를 가장 불공정하고 편견적이며 내정 간섭적인 주권침해행위로 강력히 규탄 배격한다"고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연설을 하는 모습. 김여정은 4일 담화에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정찰위성 발사 관련 논의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연설을 하는 모습. 김여정은 4일 담화에서 유엔 안보리의 북한 정찰위성 발사 관련 논의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위성 발사는 '주권적 권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2차 발사를 위한 명분 쌓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안보리에서는 유독 유엔의 당당한 일원인 공화국의 위성발사 만을 논의하는 차별적이며 무지스러운 처사가 의연 지속되고 있다"며 "우리의 정당한 주권행사를 유엔 안보리에 끌고 가 상정시킨 것 자체가 우리의 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유린이며 침해"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를 놓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의 산물인 첫 대조선 '제재결의'가 조작된 때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6100여 일 동안 우리는 언제 한 번 불법적인 '제재 결의'들을 인정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 백 번 천 번 가한다고 해도 우리의 이러한 입장은 절대 불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9337차 회의를 열고 북한의 비확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9337차 회의를 열고 북한의 비확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본부에서 북한이 지난달 31일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한 것을 계기로 공개회의를 열었다. 단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두둔해 규탄 성명은 물론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 등 공식 대응에 합의하지 못했다.

북한은 이날 김여정 담화와 함께 국제해사기구(IMO)가 처음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것에 반발하며 앞으로 위성을 쏘더라도 IMO에 사전 통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신은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 명의의 글에서 "IMO가 우리의 위성 발사 사전 통보에 반(反) 공화국 '결의' 채택으로 화답한 만큼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사전 통보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기구의 공식 입장 표명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는 우주 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1호'를 탑재했다는 우주 발사체 '천리마-1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앞서 IMO 해사안전위원회는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직후 영국 런던 IMO 본부에서 열린 제107차 회의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제 항행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규정 이행을 촉구했다.

통신은 IMO 결의에 대해 "유엔 전문기구라기보다 백악관 안의 어느 한 업무부서다운 처사라고 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며 "IMO가 해상안전분야의 국제적 협조를 도모하는 본래의 사명을 줴버리고 완전히 정치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IMO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 해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비상설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국제법을 전공한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자신들의 국가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그 어떤 행위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는 자신들의 규범과 기준에 맞춰 '내 갈 길 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여정도 이날 담화에서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지루함을 느낄 때까지, 자기들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자인할 때까지 시종일관 강력 대응할 것이며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멈춤 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지지해 주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습"이라며 "이를 통해 유엔 대북제재의 부당성을 알리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한편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더 강화하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