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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발사체 두 종류 동시 개발…빠른 시일 내에 재발사할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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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호 03면

미사일 전문가가 본 북 위성발사체

지난 4월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대로 발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보도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이 사진에서 붉은 점선 안이 ‘천리마-1형’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대로 발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 보도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이 사진에서 붉은 점선 안이 ‘천리마-1형’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야심차게 감행한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조만간 재발사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유력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일 담화를 통해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궤도에 정확히 진입해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문제는 그 시기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발사체를 제작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이 2012년 은하3호 로켓 발사에 실패한 뒤 재도전에 나서 성공하기까지는 8개월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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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해에 추락한 ‘천리마-1형’ 이외에 또다른 발사체를 북한이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런 분석을 내놓은 사람은 로켓 공학자이자 북한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전 항공대 교수)이다. 장 센터장은 “북한이 두 가지 종류의 발사체를 동시에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월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함께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갔을 때의 사진을 근거로 들었다.

장영근 국가전략연 미사일센터장. 김경록 기자

장영근 국가전략연 미사일센터장. 김경록 기자

장 센터장은 “당시 김 위원장이 보고 있는 대형 화면에 크기가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발사체가 등장했는데 그 중 작은 발사체가 이번에 새 발사장에서 쏘아올렸다가 실패한 ‘천리마-1형’이며, 큰 발사체는 기존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가 2일 상업위성 사진을 토대로 “기존 발사대 주변에서도 많은 차량들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크레인이 배치돼 있었으며, 레일이 장착된 이송 구조물이 발사 타워와 나란히 배치됐다”며 “기존 발사대 주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또 다른 발사가 임박했다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도한 것도 장 교수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북한의 신형 위성발사체가 실패한 원인은.
“천리마-1형은 3개의 추진체로 구성돼 있다. 1단부터 3단까지 단계적으로 점화돼야 정상적으로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데, 1단 로켓 연소가 끝난 후 2단 로켓이 점화되지 않아 발사체가 추진력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2단 로켓이 점화된 후 공중에서 폭발한 것이 아니라 점화 자체가 안된 것이다. 이로 인해 2·3단 로켓과 함께 탑재했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도 그대로 바다로 떨어졌다. 이는 새 엔진의 점화와 연소가 불안정한데도 지상에서 충분한 연소시험을 하지 않고 발사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북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보면 2단, 3단 로켓 점화에 무리 없이 성공하곤 했는데.
“2단 로켓 점화는 1단 로켓 점화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어렵고 복잡하다. 1단 로켓은 지상에서 점화되지만, 2단 로켓은 중력이 없거나 약한 우주 공간에서 점화되기 때문이다. 기존 미사일 발사 이력을 봤을 때 북한이 이와 관련된 기술력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관건은 성공 확률이다. 안정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북한 스스로도 기술의 ‘믿음성(신뢰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천리마-1형이 2단 로켓 점화 과정에서 무리하게 비행 경로를 바꾸려다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는 데 맞는 말인가.
“2단 로켓이 점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발사체가 이동 경로를 실제로 바꾸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이 실패 원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미리 공개한 발사체의 예정 궤적을 보면, 1단 추진 때 중국 쪽으로 치우쳤다가 2단 로켓 점화 후 동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으로 돼 있다. 바다에 떨어질 로켓 잔해나 부품을 우리 군 당국이 수거하지 못하도록 중국 쪽으로 낙하시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당국은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 시한으로 예고했던 기간(5월31일~6월11일)에 다시 발사할 수 있나.
“천리마-1형이 날아가는 동안 발신하는 신호를 통해 북한 과학자들은 실패 원인을 분석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런 정보를 정밀 분석하고 그 원인을 찾는 작업을 하는 데 수 주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워낙 예상 밖의 행동을 많이 하기에 급하게 재발사를 추진할 수 있다. 북한이 천리마-1형 이외에 또 다른 발사체를 함께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으로 인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도 북한이 제약 없이 로켓 발사를 감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천리마-1형 발사 장소는 기존 동창리 발사장과 다른가.
“북한이 공개한 발사 장면 사진을 보면 지난 두 달 동안 급조한 새 발사 시설에서 발사한 것이 맞다. 발사 준비 징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조한 흔적이 역력한데 야간 작업용 조명도 그중 하나다. 새 발사 시설에는 로켓 발사대(갠트리 타워) 대신 지상에 두꺼운 콘크리트 패드를 깔고 발사체 고정 장치를 설치했다. 이 패드 위에 천리마-1형을 똑바로 세워 고정한 뒤 발사했다. 패드 밑으로 화염과 연소 가스를 빼내는 지하 화염유도로를 구축했다. 문제는 기존 발사장에서도 작업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두 곳 모두를 활용해 대형과 중소형 등 다양한 발사체를 발사할 것이란 의미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천리마-1형’ 발사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31일 ‘천리마-1형’ 발사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왜 발사를 서둘렀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몇달 새 네 차례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개발을 강조하고,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현지지도를 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독려로 인해 지난해 12월 국가우주개발국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2023년 4월까지 끝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가 성급한 위성 발사로 이어진 것 같다. 군사적 측면에서 미사일은 상당한 성과를 거뒀는데, 미사일의 눈 역할을 하는 정찰위성은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이 서두른 원인일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보유는 아주 절실한 과제 중 하나다. 반드시 복수의 정찰 위성을 궤도에 올려 놓으려 할 것이다.”
이번 북한의 신형 발사체의 특징은.
“북한의 천리마-1형은 중소형급 위성발사체로 볼 수 있다. 전체 길이는 30m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누리호의 47.2m 보다 작은 규모다. 4월 18일 김정은이 지켜본 화면에 나오는 두 가지 발사체 중 작은 것이다. 천리마는 상대적으로 1단 로켓이 작고 2단과 3단 로켓을 크게 만든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인공위성의 궤도 비행을 위한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2단과 3단 로켓의 연소시간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체 연료가 고체인지 액체인지도 관심사인데.
“엔진 점화 형태를 볼 때 액체연료가 쓰였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화염이 주변으로 퍼지면서 흰색의 연기가 발생한다. 반면 액체연료 화염은 촛불 형태로 나타나며 연기에 주홍색이 섞여 있다. 발사체의 불꽃도 여러 줄기로 나타나 백두산 엔진들을 묶어 결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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