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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비흡연성 여성 폐암, 3세대 표적치료제에 거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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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안병철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안병철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1987년 제정한 ‘세계 금연의 날’이다. 흡연은 여전히 매년 전 세계 8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흡연은 당뇨병, 고혈압 등뿐만 아니라 암 발생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행히도 국내 흡연율은 꾸준히 줄고 있다. 국내 건강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전체 흡연율은 25.8%에 달했지만 10년 만인 2021년에는 19.3%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폐암은 암중에서도 높은 발생률을 보인다. 2020년 국민에게 가장 많이 발생한 암 2위로 폐암은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나타났다. 암 사망률은 역시 2000년 이후 꾸준히 1위를 점할 만큼 여전히 치명적이다.

폐암의 주된 원인인 흡연율이 줄고 있음에도 폐암 발생률이 유지되는 경향은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에게도 폐암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에서 2019년까지 여성 폐암 환자는 54.2% 증가했다. 비흡연자나 여성에게 폐암이 증가하는 원인은 미세먼지,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직업·환경적인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꼽힌다. EGFR 변이가 나타나는 비소세포폐암은 아시아인과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흡연율이 줄어도 폐암 발병이 여전히 줄지 않는 암울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해답은 있다. 발병률이 높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치료 수요가 높아 치료 환경이 크게 발전됐다. EGFR 변이를 표적하는 표적치료제가 1, 2세대를 거쳐 현재 3세대 치료제까지 허가됐다.

이 3세대 표적치료제 중에는 국산 신약으로 개발된 레이저티닙도 있으며 현재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된 우수한 항종양 효과와 안전성으로 활발히 처방되고 있다. 최근에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처방 경험을 분석한 리얼월드 데이터도 발표됐다. 이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레이저티닙은 임상 연구와 일관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뇌로 전이된 환자에게도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기대 여명을 늘리고 있다.

따라서 흡연 경험이 없는데도 폐암에 걸렸다고 좌절할 필요 없다. 치료 의지를 가지고 의료진과의 진료와 상담을 통해 효과적인 치료를 찾아가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료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안병철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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