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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위반 사고 낸 '킥라니'…건보 430만원 토해냈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6월 충북의 한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던 A씨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다가 정상신호에서 좌회전하는 상대 차량과 충돌했다. A씨는 부상 치료비 430만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담금으로 처리된 줄 알았지만, 이후 건보공단 측은 이 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했다. 킥보드를 타고 낸 신호위반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여서 건강보험 처리가 제한된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인라인‧킥보드, 신호위반 사고 시 건보 적용 제외 주의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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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씨처럼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다 신호위반·보도침범과 같은 12대 중대의무 교통사고를 내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처리가 제한될 수 있다고 22일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치료에 쓰인 공단 부담금이 환수돼 건강보험 가입자가 치료비로 본인부담금을 100% 다 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가 이날 보도자료를 낸 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가 늘면서 건강보험 급여제한이나 부당이득 환수 관련 이의신청이 덩달아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4월 20일부터 시행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만 13세 이상의 사람이 도로에서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스케이트보드 등을 타다 사고가 나면 이를 도로교통법상 차로 간주해 교통사고로 처리하게 된 것과 맞물려 있다.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지만, 이를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건보 측의 설명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관련 법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아직도 킥보드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차로 보는 인식이 부족해 청소년이나 성인의 신호위반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참고】공단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을 경우 그 보험급여를 제한하고, 보험급여를 실시한 경우 그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함
 - 교통사고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제3조제2항 12대 중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발생 시 ‘중과실 범죄행위’로 판단, 급여제한 및 부당이득 징수 처분
   ※「국민건강보험법」제53조(급여의 제한), 제57조(부당이득의 징수)

지난해 이후 이의신청 90% 기각돼

도로교통법상 차가 아니라는 생각에 쉽게 신호를 위반하고, 그 과정에서 사고를 냈다가 12대 중대 의무 위반 규정에 적용돼 교통사고 치료비를 공단이 환수하는 상황에 처한다는 것이다. 전동킥보드를 차로 간주하기 이전에는 일반 사고로 적용돼서 건보 보험급여로 처리가 가능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규정하는 12대 중대 의무 위반에는 신호위반 외에도 보도침범,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무면허 등이 포함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는 중과실 범죄행위로 급여제한과 부당이득 징수 사항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관련 사고에 대한 보험급여 제한 혹은 부당이득 환수와 관련해 지난해 이후 이의신청 10건(킥보드 9건·인라인스케이트 1건)이 공단 건강보험이의신청위원회에 접수됐다. 이중 인라인스케이트 관련 1건에 대해서만 위원회가 인용 결정을 내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도로가 급경사인 등 불가피한 상황을 공단이 인정해 신청인 주장을 예외적으로 인용했다”라고 말했다.

건보공단 이의신청 사무를 주관하는 엄호윤 법무지원실장은 “도로에서 킥보드·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탈 때 신호위반·보도침범·음주운행 등 12대 중대 의무를 위반한 교통사고 치료는 원칙적으로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돼 치료에 든 공단 부담금이 환수될 수 있다. 이용자가 도로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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