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텅텅 빈 무안공항, 옆에선 2조원 들여 철도공사로 분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8면

지난 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출국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 무안공항에서는 베트남행 전세기 한 대만이 이륙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3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출국장이 텅 비어 있다. 이날 무안공항에서는 베트남행 전세기 한 대만이 이륙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3일 오전 11시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탑승구역에 여행객은 보이지 않고, 항공사 직원 몇 명만 눈에 띄었다. 공항 곳곳에 적막감이 감돌면서 차량 3000여 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도 텅 빈 모습이었다. 이날 무안공항에서는 오전 9시 베트남 다낭으로 전세기 한 대가 떴을 뿐 추가 항공편이 없었다.

썰렁한 무안공항과는 달리 이날 무안국제공항역 신설 공사는 한창이었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중 하나인 무안공항역은 비수도권 공항 중 유일하게 고속철도와 연결되는 역사(驛舍)다. 광주 송정역에서 무안공항을 거쳐 목포역에 이르는 77.8㎞ 구간을 고속화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9월 착공한 사업은 2025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총 2조5300억원이 투입된다.

호남지역 유일의 국제공항인 무안공항이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났음에도 이용객이 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이 통합돼야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와 얽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무안공항에는 정기 국제·국내선이 한 편도 없다. 전세기(190명 탑승)가 4일 간격으로 베트남 다낭·냐짱을 오가는 게 전부다. 여행사를 통해 수요가 생기면 주 2회까지도 운항을 한다. 국내선도 하이에어 소속 소형 여객기(50인승)가 주 2회 김포와 제주를 오가는 게 유일하다.

무한공항에 따르면 2007년 11월 개항한 뒤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총 335만1000여 명이 공항을 이용했다. 지난해 1년간 청주공항 이용객(317만4000여 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무안공항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89만5000여 명이 이용하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4만6000여 명까지 줄었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이용객은 7만1500여 명이다.

무안공항은 광주공항과 통합을 전제로 개항했지만 군공항 이전 문제와 맞물려 번번이 무산됐다. 2013년 군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 후 무안군 주민들이 소음피해 등을 이유로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서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2028년까지 5조7480억원을 투입해 신공항을 만드는 사업이지만 이전 후보지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광주시와 전남도는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무안군의 반대와 함평군의 ‘광주 편입’ 등을 놓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여왔다. 전남도는 민간공항인 광주공항 이전부터 이행해야 군공항 이전의 실타래가 풀린다는 견해지만 광주시는 민간공항과 군공항 이전 문제를 묶어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그동안 수차례 ‘광주시가 통 큰 보따리를 내놓을 때 통 큰 양보도 이뤄진다’고 밝혀왔다. 2008년 광주시가 전남도·무안군과 협약을 통해 2021년까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이전하겠다고 협약한 내용부터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남도의 입장에는 기피시설인 군공항을 받게될 경우 도민을 설득할 만한 충분한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김 지사는 “군공항 이전에 원칙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광주시 등이 이전지역에 대한 지원비를 비롯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고, 민간공항의 무안공항과의 통합 약속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광주 군공항 문제에 있어 광주와 전남도는 공동운명체”라며 “광주공항은 민간공항이 군군항을 임대한 입장이어서 민간공항과 민간공항 문제를 분리시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 시장과 김 지사는 오는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나 군공항 이전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