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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 포함 '중동 철도망' 추진…中 '일대일로'에 견제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아랍 국가를 연결하는 철도망 건설을 추진 중이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사우디아라비아, UAE, 인도의 국가안보보좌관들과 만나 걸프만과 아랍 국가를 철도망으로 연결하는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와 기타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6일부터 사우디를 찾는 설리번 보좌관은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과 만난다. 양측은 양국 관계 현황과 중동지역 문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추가 정상화 조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철도망 프로젝트 역시 주요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의 골자는 동부 지중해 연안의 레반트(시리아·레바논·요르단·이라크·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과 페르시아만 일대 걸프 지역의 아랍 국가들을 철도로 잇는 것이다. 이후 페르시아만 연안부터는 바닷길로 인도까지 연결한다.

이 구상은 미국과 인도, 이스라엘, UAE 간 외교 협의체인 I2U2에서 나왔다.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이스라엘이었다. 해당 프로젝트의 초기 논의에 직접 관여했던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이스라엘 측에서 중동 지역 철도망 건설 아이디어를 냈고, 철도망 건설에 인도의 전문기술을 이용하자는 제안까지 하면서 논의가 시작됐다"고 악시오스에 밝혔다.

사우디는 당초 협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달 간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사우디까지 참여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중동에 공들이는 중국 막아라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사우디까지 끌어들여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최근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키워왔다.

이와 관련, 악시오스는 “중동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이라며 “중동 철도망 프로젝트는 날로 커지는 중국의 중동 내 영향력을 (막기 위해) 백악관이 추진하려는 주요 계획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도 악시오스에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 계획은) 처음부터 중국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중동은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고 있다. 중국이 기존에 공을 들인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지역이 불어난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하자 주요 투자 지역을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가진 중동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부채의 덫(Debt Trap)”이란 서방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에서 벌인 일대일로 건설투자 중 중동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9.2%에서 지난해 24.4%로 증가했다. 동남아시아(32.9%)에 이어 2위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중국은 지난해 12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한 이후 사우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은 사우디 방문 당시 빈 살만 왕세자와 에너지·정보통신·인프라를 망라하는 500억 달러(약 66조 3500억원) 규모의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산(寶山) 강철(바오강)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공동으로 출자해 사우디에 제철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중국 제일재경에 따르면 바오강은 이번 투자의 목적이 "일대일로 전략의 일환"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으로선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할 수 있는 철도망 사업으로 오랜 동맹인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 일대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4일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설에서 중동 전략에 관해 설명하면서 “I2U2 프로젝트는 남아시아와 중동, 미국을 연결해 미국의 경제 기술과 외교를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 개념”이라며 “이미 여러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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