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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자료 대외공개 거부…反간첩법 이어 '보안 빗장'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별이 붙여져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붉은 별이 붙여져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투자 제한에 대응해 최근 반(反)간첩법(방첩법)을 개정하며 외국인과 외국계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중국이 자국 경제자료의 대외 공개에도 빗장을 걸고 나섰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가 계약 만료된 국제 연구기관이나 외국계 정보업체와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윈드는 금융시장 정보와 함께 기업 등록 및 특허 출원 수 등 중국 거시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통계를 회원사에 제공해왔다. 이번 재계약 거부 조치로 윈드가 제공한 중국 경제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 투자했던 투자가와 업체가 타격을 받고, 외국 싱크탱크의 중국 경제 연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WSJ는 ”윈드가 외국 회원사와의 재계약을 거부한 이유로 ‘법규 준수’를 언급했지만, 실질적으론 이번 조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국가안보와 보안 문제를 강조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8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시 주석 주재로 회의를 열어 “외국인투자 유치를 중시하고 대외무역과 외국인투자의 기초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자유무역시범구 등이 개혁개방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발전과 안보를 더 잘 조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WSJ는 “(시 주석의 발언은) 외국인 투자 유치보다 외국의 위협을 막는 데 우선순위를 두라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의 주택단지 알림 게시판에 현행 스파이법이 규정한 의무와 책임에 따라 국가 안보를 위한 인민 방어선을 구축하자는 포스터가 내걸렸다. 신경진 특파원

중국 베이징의 주택단지 알림 게시판에 현행 스파이법이 규정한 의무와 책임에 따라 국가 안보를 위한 인민 방어선을 구축하자는 포스터가 내걸렸다. 신경진 특파원

실제 중국은 지난달 26일 외국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간첩 활동의 정의를 크게 확대한 방첩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를 상대로 한 압박 조치도 강화했다. 중국 공안은 지난달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 사무소에 수사관을 파견해 직원들을 심문했다.

지난 3월엔 기업신용조사업체 민츠그룹 베이징 사무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해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했다. 같은 달 영국계 회계기업 딜로이트에 대해선 중국 국영 자산관리업체의 회계업무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3100만 달러(약 415억 원)의 벌금과 함께 베이징 사무소의 운영을 6월 중순까지 중단하는 처분을 내렸다. 일본의 제약업체 아스테라스제약의 중국법인에서 근무하던 50대 일본인 역시 3월에 방첩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국 경제자료 공개 거부 움직임이 외국 기업의 대중 투자 동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처투자가 게리 라이셸은 “중국 시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외국 자본에 중국 시장의 매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중국 전문가 제라드 디피포는 “이 조치가 중국의 국가 안보를 향상시키기보다 중국을 이해하려는 해외 연구자들로부터 중국을 고립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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